이끼꽃과 마주하며
너를 만나려고 혼자 떠나왔는지 모른다.
키 작은 조릿대 숲을 발길질로 길을 내어 가다가
햇살이 인색한 계곡에서 너를 처음 보았다.
발이 미끄러진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나 보다.
조각난 햇살이 내려앉은 돌 위에 핀 작고 여린 너.
넘어진 채 바라본 세상에는 눈부신 네가 있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앞으로 다가올 어느 해.
오늘과 같은 날, 같은 시간 내가 너를 다시 찾아와도
너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걸 알아.
보고 있는 찰나에도 숨어 들어온 실바람에 네가 쓰러질까.
너로 가득 채운 눈은 충혈되고
너만큼 작아져야 너를 바라볼 수 있어
쓰지 않던 근육을 동원하여 몸을 비틀었다.
낮은 곳으로 눈을 낮추고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으니 네가 보였다.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곳 가까이 사소한 곳에 있었다.
그리고 소박한 마음 안에 그곳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