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껍데기가 된 그녀

그 여자의 삶

by 키작은 울타리

또다시 나는 미역을 사고 말았다.

매번 찬장 서랍을 열고나서야 쟁여진 미역을 발견한다.


그녀는 올 때마다 긴 판자때기 같은 마른미역을 머리에 이고 왔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먼 길이었다.

그 탓에 우리 집 곳간은 미역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날 밤 불 꺼진 방에서 엄마는 어린아이 셋과 혼자 남겨진 여동생을 붙잡고

눈물로 회포를 풀었다.


그녀는 치장하지 않은 채로도 걸음걸이까지 곱고 단아했다.

억척스러움이 온몸에 흐르는 엄마와는 달랐다.


어느 해 그녀는 바닷속으로 갔다.

하루 세끼 날마다 미역을 먹고살았다.

그녀는 바닷속 암초에 기거하면서 단단한 전복껍데기가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날,

주름이 물결처럼 뒤덮인 얼굴에서 오색영롱한 빛이 났다.

나는 그녀의 눈물과 한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다듬어 옻칠을 했다.

그녀는 천년이 지나도 살아서 빛을 내는 소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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