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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30. 2021

한국의 교육이 무서워서 미국에 삽니다

미국에 사는 가장 큰 이유-교육

지난주 서울의 사립학교 추첨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의 자녀들이 어느덧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어서 미국에 살고 있는 나까지 긴장을 했다. 코시국이어서 과거 3지망까지만 가능하던 사립학교 지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제한 지원이 가능했다. 여러 곳에 지원할 수 있어 다행인 동시에 그만큼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문제도 동반했다. 사립학교 추첨은 100% '운'에 기반한 것으로 내 자녀의 운을 빌어볼 수 밖에 없다.


인터넷 후기를 살펴보면 사립학교 추첨에서 폭망한 사례가 넘쳐났다. 수 곳을 지원했지만, 단 한 곳도 붙지 못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립학교가 떨어지는 바람에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야하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 살고 있던 집을 팔고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내 친구의 자녀는 운 좋게도 한 사립학교에 붙었다. 하지만 붙어도 문제였다. 혹시나 해서 '깍두기' 개념으로 지원한 학교가 붙었던 것이다. 친구는 덜컥 붙어버린 해당 초등학교의 종교 색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얼마 되지 않는 학교의 정원 수도 걱정스러웠다. 붙고 나서도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는 친구를 보니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안도감이 올라왔다.


휴, 다행이다. 미국에 살고 있어서.




강남 사교육 일번지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들의 세상은 ‘스카이캐슬’ 드라마가 현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아니 현실은 그 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대치동 프렙 어학원 입학 시험을 보기 위해 1년 전부터 영어 과외를 하며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대치동 어학원 출신의 아이들이 미국에 사는 우리 아이들보다 월등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하다.


나라면, 내가 지금 한국에서 자녀 교육을 하고 있었더라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아찔해지는 가정이다. 나는 전업주부로 살며 아이의 교육을 위해 대치동 학원가로 아이들의 픽업을 도맡을 자신이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럴 마음 조차도 없다. 어린 나이부터 학원가를 전전하며 사는 빡빡한 일상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나는 내 일이 하고 싶다. 내 하루를 온전히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쓸 마음도,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교육에 아예 손을 떼고 아이들을 자연인으로 키울  있는 사람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적어도 중간 이상은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든다. 솔직히 말하면 상위권에 들길 바랄 것 같다.


그러니 '만약 한국에서 교육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분명 나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엄마가 되지 않았을까? 주변에서 어떤 학원이 좋다더라, 말하면 그 학원 근처를 기웃대다가, 어느 날에는 현타가 와서 학원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그런 엄마.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함께 흔들릴텐데, 그 경우 여러모로 좋지 않은 영향이 아이와 우리 집 내부에 작용할 것이다.





교육만 생각하면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현실이 감사해진다.


그런데 미국 교육이 답인가? 그건 또 확답할 수 없다. 친구, 환경, 성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이는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할테고, 어떤 교육이 정답인지는 지금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한국 나이로 7살인 아이가 공부를 하기 위해 별도의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점, 학교 끝나면 노는 게 인생의 전부라는 점, 영어 공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점,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에 노출된다는 점,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점 등이 부정할 수 없는 큰 장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인생의 목표는 40 이전에는 한국으로 귀국해 살겠다는 것인데, 이쯤되면 걱정이된다.  과연 한국으로 돌아갈  있을까?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에 더해 아이들의 교육 문제까지 겹치니 영구 귀국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 일은 미래에 걱정하기로 한다. 아직까지는 미국에  살아야  이유가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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