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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18. 2021

한국을 생각하니 침이 고였다

한국만큼이나 그리운 한식


얼마전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웨스트 할리웃(west hollywood)에 위치한 한 브런치 식당에 들렸다.


“언니, 먹고 싶은 거 골라봐.”

“글쎄, 넌 없어?”

“…”

“나도 딱히…”


그날따라 입맛이 없었다.

 

아니, 요즘들어 집에서도, 밖에서도 그렇게나 입맛이 없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감정 자체가 들지 않는다. 자고로 무엇이 먹고 싶을 때는 머리 보다는 입 안이 먼저 반응하지 않나. 입에 군침이 싹 도는 그것! 미국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누군가 내게 "먹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난처할 수가 없다.

진정 난 식욕을 잃은 것일까?


그럴리가.


내게 '입맛을 잃었다'는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들 겨울방학을 맞아 12월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한국을 떠올리니 입 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어디를 갈까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장소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에 가면 먹고 싶은 것? 엄마가 해준 집밥, 성북동 누룽지 백숙, 호랑이 김밥, 성동구 전기 통닭구이, 한남동 동아 냉면, 하남시 마방집의 한정식...


난 미국에서는 입맛을 잃은 게 맞으나, 한국에서는 입맛을 잃지 않았다. 잃기는 커녕, 한국만 가면 먹고 싶은 게 넘쳐난다. 것도 구수한 한식으로다가.


지난해 8 남편과 함께 아주 짧은 일정으로 한국에 갔을  뭐니뭐니 해도 우리를 가장 기쁘게 했던  다름 아닌 한국의 먹거리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사먹던 떡볶이,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앞에서 먹었던 잔치국수, 친구가 손수 차려준 집밥, 친구 집에서 시켜먹은 치킨, 외할머니표 김치찌개. 사진첩을 열어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방금 따스한 국물  수저를 떠먹은 듯이 몸이 따뜻해진다.



한국에서 먹은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맛은 당연하거니와 함께 그 음식을 먹었던 가족, 친구들이 있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쩌면 한국에서 먹은 음식들의 맛은 내게 그리움의 맛이기도 하다. 타향살이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한식의 뜨거운 온기가 매년 날 치유해주고, 일으켜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어떤 음식들을 먹고 오게 될까.

생각만해도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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