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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Dec 22. 2021

'행복' 전문 브런치 작가

행복 전문 브런치 작가


2021 브런치 활동 결산 리포트를 받았다.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만 2년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해 온 나는 어느새 3년차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있었다. 활동 결산 리포트를 받아보니, 지난 2년간의 브런치 작가로서의 여정이 한 눈에 그려졌다. 누적뷰 44만에 라이킷 상위 5%. 무엇보다 의미있게 다가왔던 분석 결과는 내가 '행복을 전문으로 하는' 글을 써왔다는 데 있었다.


지난 2년간 써온 80개가 넘는 글들이 공통적으로 '행복'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꽤나 놀라운 분석결과였다. 내 인생의 주요 가치관이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브런치 데이터에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글에는  자신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때마다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을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내보여도 되는걸까 싶어서. 아무래도 스스로를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면 득보다 실이 많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인생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터라 두려움이 뒤따랐던  같다.


그럼에도 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매주 내 속에 담아 두었던 글을 써서 발행하면, 마치 풀리지 않았던 실타래 일부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고여 있기만 하던 감정 일부가 밖으로 흘러나가면서, 속은 시원해졌다.




행복이 생의 테마로 떠오른 건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그저 본능적으로.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바라왔던 '행복'은 과거의 행복과는 모양이 조금은 달랐다. 과거에 내가 추구했던 행복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여기 저기 붙은 금장 왕관 같은 것이었다면 오늘날 원하는 행복은 일상의 평온함 쪽에 가깝다. 전염병이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런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동시에 나의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이 하루하루 별탈 없이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감사를 느꼈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치학부 교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늘 날의 삶이 꼭 저 글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애들이 왜 이렇게 잠을 안 자는 거지', '신년 특집기사 쓰느라 오늘 밤 잠은 다 잤네'와 같은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음에 감사한다. 이를 통해 나는 적어도 불행하지 않고, 행복에 가까운 삶을 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앞으로도 나는 '행복' 전문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 소소한 근심들을 나누며, 소박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런 작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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