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메면 마음이 어려진다

by Iris Seok
E36B7B22-0B60-420F-AF19-58B52D177A8E_1_105_c.jpeg
요즘의 나는 책가방을 메고 나가는 날이 많다.


확실히 핸드백 보다는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는 날이 많아졌다. 책가방을 메는 일이 부쩍 늘어난 건 짐이 많기 때문이다. 책가방에 주로 채워지는 물건들은 일반 핸드백에는 수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수시로 읽을 책 한 권, 필통 등을 넣으면 가방은 금세 불룩해진다.


노트북을 매일 소지하고 외출하게 된 건 재택근무 이후부터다. 재택근무를 한다는 의미는 집을 포함해 그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기사를 쓰는 나의 업무의 경우 노트북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두 아이를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길을 나서며, 나는 두 아이의 책가방을 챙기는 동시에 나의 책가방도 어깨에 멘다.



책가방을 메면 나도 모르게 학생 시절의 나로 되돌아간다.


책가방을 메고 자리에 앉으면 마치 대학생 때의 내가 된 기분이다. 그때도 난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열고 과제를 읽으며 공부를 하곤 했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에 앉아 있는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여전히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공부하듯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색에 잠긴다. 학생 때의 나는 에세이를 썼고, 지금의 나는 기사를 쓰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른점이다. 아, 돈을 받고 읽고 쓴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른점일테다.


여전히 학생 같은 내 모습이 퍽이나 마음에 든다. 그건 내가 아직도 청춘에 머무는 사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청춘에 머무는 사람이고 싶은 이유는 청춘에만 품을 수 있는 꿈과 열정, 무모함을 애정해서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져도 잃지 않고 싶은 특징들.


옥스포드 사전에서 청춘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이라고 정의돼 있다. 작가 민태원은 '청춘예찬' 수필에서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라고 말했다.


나는 책가방을 메고 인생이 황금시대에 영원히 머물러 있고 싶은 나의 욕망을 정면에서 마주한다.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다.


우리 마음 속에는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청춘이 자리잡고 있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떠올리며 난 나의 청춘을 슬며시 붙잡는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고 울만은 노래한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도 책가방을 메고 '난 여전히 청춘이다'고 외치고 싶은데, 뭐가 좀 이상하다. 내 옆에는 24/7 어린 두 아들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이 두 아이의 존재는 내가 더이상 학생이 아닌 엄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주고, 청춘 타령 보다는 성숙함과 희생을 추구할 때라는 것도 알려준다.


아무렴 어때. 우리 가정에서는 우리 가정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면 된다, 고 생각한다. 청춘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엄마로,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는 엄마로 그렇게 살아봐야지. 오늘도 어깨에 가방을 들춰 메고 아이의 손을 붙잡는다. 오늘도 잘 부탁해.

60745761-BEB6-4F7E-9418-69B758C1C708_1_105_c.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