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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Jul 30. 2023

한국이 좋아서


미국에 사는 나는 일년에 한 번씩은 한국에 방문한다. 미국에서 영주권자 신분으로 거주하고 있으니, 여전히 내가 시민인 나라는 한국이다. 즉 나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여전히 한국인 것이다.


10시간이 넘는 장기간의 비행 시간이 끝나고 비행기가 인천 공항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내려오면, 마음이 두둥실 떠오른다. 드디어 내가 있을 곳에 왔다는 안도감과 설렘이 샘솟는다.


미국에 있을 때는 알게 모르게 늘 긴장하는 태도를 몸에 장착하고 있었다면, 한국에서는 긴장감이 0에 수렴한다. 아무래도 모두가 같은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총기도 없고, 혐오범죄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MBA를 끝마치고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아주버님에게 '귀국하시니 좋으세요'라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무 좋아. 그런데 이게 오랜만에 온 한국이기 때문은 아니란 것을 알아."


나는 이 말 뜻을 너무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고국이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한국이 좋은 게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에, 그저 한국이어서 좋을 수 밖에 없는 일방통행과 같은 마음이었다.


한국에서 머무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한국이 좋다'는 솔직한 내 마음과 마주했다. 나는 그 이유를 파헤치고 싶었다. 너는 도대체 왜 그리 한국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고, 그에 대한 적합한 이유를 나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해 매번 어정쩡한 대답을 해왔기 때문.


한국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친정가족과 오랜 친구가 있는 곳이어서다. 내 모든 것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속세에서 한껏 때가 탄 내 영혼이 씻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들에게 최근 있었던 일들에 대해 시시콜콜 털어놓으며, 어쩌면 조금 생채기가 난 마음을 치유한다.



그리고 이번 한국 방문에서 재차 확인했지만, 나는 한국의 기가막힌 편리함을 사랑한다. 한국은 모든 일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모든 부분에서 편리함을 느끼지만, 특히 의료기관의 편리함은 지구에서 현존하는 나라 중 최강이 아닐까?


한국에 오자마자 아픈 어린 아들을 이끌고 집 앞 상가 소아과를 찾았다. 불과 몇 분 만에 소아과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지을 수 있었다. 아들은 약을 먹고 이틀 만에 건강을 되찾았다.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 미국에서는 담당 소아과 선생님을 예약 해야지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아픈 당일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응급실 개념인 '얼전트 케어'를 찾곤 하는데, 병원에 가서 최소 1시간은 대기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픈 아이를 이끌고 병원까지 가서 1시간 넘게 대기하고 소아과 선생님을 만나봐야 제대로 된 약을 처방받지도 못한다. 미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먹는 약이라 해봤자 유아 타이레놀 정도. (독감 예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선진화되어 있고, 편리한지를 절절하게 깨닫는다. 아이를 키울 때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소아과가 집 앞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한국이 좋은 이유는 이밖에도 너무나 많은데, 앞으로 이에 대해 글을 쓸 예정이다. 한국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한국의 장점들을 타지에 사는 이방인의 애정어린 눈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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