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Jun 06. 2023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건강 식단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빠, 당근이 그렇게나 몸에 좋대. 우리 매일 챙겨먹자." 


진지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피식 웃었다. 


"꼭 우리 엄마처럼 말하네. 나이들었다 자기."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긴 했나 보다. 어느새 나도 '건강'을 따지는 사람이 됐다. 20대 때만 해도 엄마, 아빠가 왜 그렇게 건강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 잘 몰랐는데 최근들어 지독한 독감을 앓고난 뒤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몸이 아프니 일상의 많은 부분이 귀찮기만 하고, 의욕이 서질 않았다. 정신력은 결국 몸의 컨디션에 따라 지배를 받게 된다. 새해를 앞두고 세워둔 '2023 목표'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해야하는데, 점차 침대와 한 몸이 되고자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프면 아픈대로 침대 위에 몸을 누웠다. 저조한 컨디션이 마치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처럼 여겨졌다. 몸의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무거운 직감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인간의 몸은 전자 기기처럼 충전한다고 충전이 되는 게 아닌 것을. 한평생 컨디션이 20대처럼 쌩쌩할 수는 없을터. 나는 소중한 내 몸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유튜브 검색창에 주기적으로 건강식단을 검색해 본다. 아침에는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 한 끼 식단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그런걸 확인해 보는 거다. 



건강한 식단이라. 정답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 영양사님과의 상담에서 매 끼니마다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의 균형을 맞춰 먹고 있는 지를 질문받게 된다. 거기서 답이 나온다. 사람은 매 끼니마다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하는구나, 하고. 


몇 년 전 한국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알려는 스타 셰프 선재 스님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선재 스님은 지난 1994년 간경화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사찰음식만으로 1년 만에 항체를 만들어 기적처럼 살았고, 현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찰음식을 홍보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절에서 먹는 음식인데, 제철 식재료로 자극 없이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선재 스님은 "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먹는 음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은 음식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좋은 음식이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단단한 내면 또한 다져준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진부한 말이지만 바른 식생활 습관은 건강을 위해 필수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인 '건강 수명' 또한 함께 확대하기 위해 누구나 건강식 예찬론자가 될 필요가 있다. 


나와 남편, 두 아이들까지 날 포함한 가족 4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올해 하반기에는 보다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해봐야겠다.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싶고, 남편과 나는 건강하게 나이들어 행복한 노년을 보냈으면 한다. 미래의 우리를 위해 오늘 건강한 식사부터 챙겨먹어야지.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였던 ‘미식예찬’의 저자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1755~1826)의 “당신이 오늘 먹은 것을 이야기해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격언이 새삼 격하게 와닿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놀고 먹는 미국 어린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