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이직을 했다. 이직은 일상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이직도 이직인데, 그보다도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건 4년 만에 다시 ‘출퇴근’ 하는 삶을 살게 됐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나는 재택근무 하는 삶을 살았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씩 사무실로 출근을 했고 때때로 취재 현장을 가야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내 근무환경은 ‘재택근무’였다.
재택근무를 하는 삶이 얼마나 좋았느냐 하면, 일단 내게는 모든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월요병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주말이나 주중이나 삶의 행복감에 큰 차이가 없었다. 어쩔 때는 주말 보다도 평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전적으로 육아를 해야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평일에는 오롯이 집에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매일 취재를 하거나 기사를 쓰는 적성에 딱 맞는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집이나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노는 것처럼 기사를 썼다. 좋아하는 커피 한 잔에 빵을 먹으며 카페에서 일하는 건 어쩔땐 그저 노는 일 같기도 했다.
이직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재택근무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이 삶을 애정했는데, 이 삶의 패턴을 포기해야 하다니. 성장을 위한 발돋움을 하기 위해서는 이직을 해야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지만, 재택근무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이미 정답은 나와 있었다. 6년간 일하며 주기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고, 그 다음 내가 갈 길은 어디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다. 새로운 문이 내 앞에 주어졌을 때, 그곳이 어디든간에 일단 난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돌진해야 했다. 그 후의 일은 그 후에 고민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직 후 첫 일주일은 날 둘러싼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준비했다. 게다가 출근준비를 위해 샤워를 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화장까지해야 했다. 재택근무를 할 때만 해도 물세수에 선크림만 바르고 편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 준비에만 30분을 투자해야 했다.
게다가 마음이 너무도 분주했다. 학교에 갈 아이들을 챙기랴, 내 출근 준비를 하랴... 아침부터 전쟁같은 삶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후 사무실을 향하는 길에는 초조함이 커졌다. '지각하는 사람'은 절대 되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의 준비 속도는 늘 내 예상보다는 느렸다. 핑계는 부질없기 때문에 그저 더 빨리 아이들을 깨워 더 빨리 집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며 하루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다가 매일을 출퇴근 하다 보니 모든 게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점심을 먹는 시간에 점심을 먹고, 퇴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나올 수 있다. 아주 당연한 일이 오랜 기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내게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아, 출퇴근을 하는 삶은 이런 거였지...!
팬데믹 이후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사라지자 일부 직장인들은 월급을 낮춰서라도 재택근무를 보장해주는 회사로 이직을 한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봤다. 근데 그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갔다. 재택근무와 출퇴근 하는 삶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팀원들과 발빠른 소통을 할 수 있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퇴근의 이점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사무실에서 쓸모없이 낭비하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내게 재택근무는 일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되 일의 능률을 최대치로 높이는 일이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늘어지게 일하지 않고 집중력을 바짝 끌어모아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뜻이다.
이직 후 가장 그리운 건 재택근무 하던 시절의 자유로움이다. 지금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출퇴근 하는 삶을 받아들였고, 견디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꼭 재택근무 하는 삶으로 되돌아가리라 마음을 먹는다. 나는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내게 은퇴란 개념은 없다. 다만 일을 하는 동시에 내 시간도 자유롭게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재택근무, 프리랜서가 최상의 선택지임에는 틀림없다. 이직 후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내 자유를 보장하며 일하기 위해서 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인생에 고민은 끝이없고, 답이 없기 때문에 인생은 재미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