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Feb 19. 2024

워킹맘이라는 자부심

'성장'하고 싶은 엄마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스물 여섯에 아이를 가졌을 때, 가장 자주 들은 말은 “공부 그만두고 애 열심히 키워야겠네”였다.


그 말은 그 시절 나의 컴플렉스였다. ‘애를 키우는 일’이 나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하다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마치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그럴 수록 ‘내 고유한 삶’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커졌고, 그랬기에 악착같이 버텼다. 대학원을 수료로 마치고 남편이 있는 미국에서 엄마로 살라던 주변의 오지랖 넘치는 조언은 가볍게 무시하고, 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10개월간 논문쓰기에 매진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베이비시터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곧바로 취업해 워킹맘의 세계에 진입했다.   


그 시절 나는 왜 그토록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었을까. 아마도 ‘일하는 나’만이 오로지 내가 상상하고 꿈꿔온 나였기 때문에 다른 옵션은 없었던 것 같다. 공부를 마치고, 일을 하며 커리어우먼으로 사는 게 어린 시절부터 내가 원하던 일이었고, ‘엄마’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줄곧 ‘남녀 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란 터라 남녀 성별 구분 없이 공부를 마쳤으면 사회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여겨졌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나의 집착은 7년째 나를 워킹맘으로 살게 하고 있다. 당연히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삶이 때로는 애잔하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오후 10시가 되기까지 개인 여가시간이라도 꿈도 꾸지 못한 채 1분1초를 분주하게 살아가는 지금이 종종 버겁다. 게다가 엄마 회사가 끝날 때까지 ‘애프터스쿨’에 있는 아이들이 ‘다른 집 엄마는 집에 있는데, 왜 우리 엄마는 일해서 자신들이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느냐’며 투정을 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여전히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것처럼 나 개인의 성장 또한 응원하고 싶다. 여전히 나는 내 자신이 자식처럼 소중하고, 내 자신을 키우고 싶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일이 21세기 가족의 이상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워킹맘, 내겐 참 자랑스러운 호칭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오는 날 집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