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기 위해 1시간 줄서는 마음

미국 코로나19 확산 속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일상에 대해

by Iris Seok




코로나19가 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자 식료품, 생필품 등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창고에 식량을 산더미만큼 쌓아두는 것처럼 ‘자택대피령’ 시기에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물, 휴지와 같은 생필품을 대거 구매하기 시작했다.



자택대피령 속에서도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가는 일은 필수 행위로 간주됐다. 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마켓 앞에는 놀이공원처럼 길게 줄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6피트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마켓 앞 대기 줄을 형성했다. 우리 동네의 경우 평일에는 10~20분을 기다리면 마켓에 입장 가능하고, 주말에는 거의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나 역시도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외출하는 일이 일주일 중 유일하게 외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켓에 도착해 창 밖으로 보이는 길게 늘어선 줄의 행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저곳을 뚫고 오늘 무사히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차문을 여는 내 마음의 사뭇 비장했다. 장을 보기 위해 긴 줄의 끝자락에 동참해 멍하니 생각했다. ‘모두들 이렇게까지 장을 보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마음은 뭘까…’하고.



마침내 내 차례가 와서 슈퍼마켓 안에 진입하면 한층 더 긴장감에 휩싸였다. 3월 이후 집이 아닌 ‘실내’ 공간에 머문 적이 없다. 오로지 장을 볼 때만 불특정 다수와 함께 실내 공간에 있게 된다. 괜히 장을 보다가 확진자와 접촉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공기 전파도 있다던데…괜찮은 건가?

하지만 장보기에 집중하다 보면 초반의 긴장감도 온데간데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에는 설렘이 싹튼다. 나는 보통 한 주간 해먹을 음식들의 리스트를 대강 추린 후,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마켓에 온다. 재료들을 카트에 담으며 내가 만들게 될 음식들에 대해 상상했다. 그리고 장을 보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저들은 오늘 장을 본 뒤 집에 돌아가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코로나 시국에는 마켓만큼 재미난 곳이 없다. 과거에는 왜 장보는 재미를 알지 못했을까. 마켓에 오면 결코 필요한 제품만 보지 않는다. 쓸데없이 과자 코너를 어슬렁 거리며 새로운 과자를 탐색해보기도 하고, 화장품 코너에도 기웃거린다. 마켓 화장품도 잘 고르면 제법 쓸만하다. 그뿐인가. 와인 코너도 빠뜨릴 수 없다. 홀푸드, 트레이더조 등 마켓 별 상품도 천차만별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모든 가정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일이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최대의 과제인 것처럼 사람들은 진지하게 먹을 것에 대해 생각한다. 지역 곳곳에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의 일환으로 식당, 술집, 영화관 등 거의 모든 시설의 영업을 폐쇄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집에서만 모든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만 것이다.



과도한 사재기 현상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국민 모두가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먹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장을 보는 일은 개인이 최소한의 방법으로 가족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장을 보러 가서 마켓 앞에 늘어진 긴 줄 행렬에 기꺼이 속하고 싶다. 나와 내 가족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장을 봐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iIaDGpp0s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