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머신 사용법을 배우니, 하루가 더 행복해졌다
집콕생활에 돌입한지 한 달째. LA시의 셧다운 행정명령인 ‘자택 대피(Safer at Home)’령이 5월15일까지 연장됨에 따라 나의 집콕생활의 여정기는 벌써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하루 24시간 중 마켓에 장보러 가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을 오롯이 집에서만 보내고 있는 중이다.
복사, 붙여넣기를 반복한 듯 일과 육아로만 짜여진 하루들이 구슬처럼 꿰어져있다 보니 일주일, 한달이 ‘한묶음’ 단위로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런 무미건조한 나날 속에 하루에 두 잔씩 마시는 ‘홈커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귀한 존재다. 아침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 입 들이켜는 커피의 맛은 지구 그 어떤 음료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말 그대로 맛.있.다.
하루 중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요즘의 내게 가장 근사하고 기대되는 시간이라도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직장인이 되기 전인 학생 때만 해도 당시 직장인이었던 남편이 하루에 두 잔씩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커피를 한 잔으로 좀 줄이면 어떨까. 카페인 과다 섭취가 걱정되니까..."라는 나의 염려 섞인 제안에 남편은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이렇게 두 잔은 꼭 마셔야돼"라고 단 번에 거절의사를 밝혔다.
막상 내가 직장인이 되어 보니 알았다. 아침 후 커피 한 잔, 점심 후 커피 한 잔이 직장인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간혹 목상태가 좋지 않아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날이면, 밀크티든 녹차든 그 어떤 음료로든 대체제는 필수였다.
그렇다면, 홈커피로 무엇을 마시느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우선 가장 만만한 것은 믹스커피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의 믹스커피를 평소 전혀 마시지 않는 편인데, 베트남 커피인 g7은 가끔씩 즐겨 마신다. 5년 전쯤인가 미용실에서 타준 g7 커피를 마셔보고, 완전 내 스타일이다 싶어 집에 오자 마자 쿠팡으로 주문을 했다. 맛과 향기는 헤이즐넛과 사뭇 흡사하다. 난 평소 '커피 물'같은 연한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g7 커피를 뜨거운 물에 소량 타마시는 걸 가장 즐긴다.
그 다음으로 더욱 만만하게 자주 마시는 커피는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유학시절 남동생과 둘이 살던 집부터 친정집, 신혼집에도 언제나 네스프레소 머신은 함께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캡슐 하나만 넣으면 제법 맛있는 커피가 나오니 이보다 좋은 커피는 내게 없었다. 물론 맛이 '베스트'라고 꼽을 만큼은 아니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맛이었다.
아주 오래 전 네스프레소가 한국에 처음 상륙했던 시절, 엄마가 백화점 직원분의 세일즈에 홀랑 넘어가 갑작스럽게 100여개의 캡슐과 함께 집에 네스프레소 머신을 사왔었다(100여개의 캡슐의 절반 이상은 유통기한이 지나 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적당한 게 최고). 네스프레소 머신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기분은 '유레카' 그 자체. 캡슐 하나만 넣으면, 이토록 맛있는 커피가 나오다니. 게다가 캡슐 종류는 얼마나 많은가. 캡슐을 색깔별로 모아 쟁여두는 재미, 그리고 커피를 내리면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그렇게나 좋았다.
여전히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는 집에 있는 날이면 자주 찾는 선택지다.
그런데 최근 나의 '홈커피'의 여정에 최고급의 맛을 보장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야 말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카페 부럽지 않은 홈커피를 집에서 마시게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루에 커피 두 잔을 필수로 마시는 남편은 커피 매니아인데다 기계 매니아여서 이미 에스프레소 머신은 우리의 신혼집에서부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 남편에 의해 꾸준히 새로운 제품으로 업데이트 됐다.
덕분에 나 역시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이면 아주 맛있는 아이스라떼를 집에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단 한 번도 나 스스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사용법이 어려울 것 같아서라기 보다는 1. 귀찮았고, 2. 나에겐 믹스커피와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출근 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를 들리거나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일이 너무도 즐거운 일상의 일부분이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스스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볼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코로나19로 오랜기간 칩거생활에 들어가다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드디어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의 에스프레소 머신에 손을 대보았다. 남편은 이제서야 이것을 이용하냐며, 뭔가 신이 나는 얼굴로 내게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법을 알려줬다.
막상 배워보니 에스프레소 머신의 사용법은 생각보다 간편했고, 내가 만든 '아이스라테'의 맛은 기가 막혔다. 이제까지 차일피일 '언젠가는 배우겠지 뭐'하는 마음으로 미뤄왔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줄 알게되니 집에서 즐기는 홈커피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제는 내가 남편보다 더 자주 우리 집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홈카페 기분을 내기 위해 느낌있는 아이스라테 컵도 아마존을 통해 주문하고, 좋아하는 원두도 일주일에 한봉지씩 꼭 장보는 길에 사온다. 아침 먹고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식후 커피를 마시는 일이 내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해준다.
오늘도 아침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노트북에 앞에 앉았다.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자 은은한 만족감에 미소가 퍼진다. 커피와 노트북, 충분하다. 커피를 마시며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일, 그리고 창가로 내리쬐는 햇볕. 끝나지 않는 칩거생활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https://www.youtube.com/watch?v=InafqI3ZB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