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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02. 2019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기

여행이 불가능할 때 최선의 방법


일과 육아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유독 몸과 마음이 지치는 날이 있다. 주말에 조금도 쉬지 못하고 살림과 육아를 했는데도 돌아오는 건 아이들의 울음소리뿐일 때,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향수'에 몸부림칠 때, 일도 육아도 그 어느 부문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등등 경우의 수는 수없이 많다.  



그런 날들의 끝자락에서 난 언제나 여행을 꿈꿨다.



20대처럼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 나 홀로 떠나는 여행, 남편과 단 둘이 떠나는 여행, 엄마와 떠나는 여행...그 어느 여행이라도 좋았다. 아이들을 돌보는 양육의 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고, 철저히 낯선 곳에 내던져지고 싶었으며, 내게 주어진 하루를 '뭘 하며 놀고 먹을까'하는 생각만으로 가차없이 낭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1년에 주어지는 10일에 불과한 휴가와 내가 돌봐야만 하는 2명의 어린 생명체 앞에서 여행을 욕망하는 일은 뭐랄까, 초능력을 꿈꾸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하고 유치한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이 가고 싶어 숨이 턱 막힐 때면 난 어김없이 여행을 주제로 쓰여진 에세이집을 뒤적거렸다. 여행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글과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작가가 느꼈던 설렘과 행복의 감정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는 처지지만, 그래도 타인의 여행기는 내 마음을 정화시켰다. 긍정의 기분이 적어도 2% 정도는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수 있다면, 당장 여행갈 수 있는 지금의 나날들을 보다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살고 있는 이곳 LA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라라랜드이지 않은가.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여행가기를 희망하는 불가능한 바람 보다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쪽에서의 삶을 여행처럼 사는 일이야 말로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은 옵션이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는 건 나의 '의식'에서 비롯되는 일이니까.




내 의식의 주인은 나고, 그러니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또한 여행의 순간으로 기록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브런치에서 기록될 이야기들은 아주 평범하고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워킹맘의 일상인 동시에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보내는 30대 여성의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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