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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05. 2019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

나만의 완벽한 힐링법-커피, 일기, 독서


주말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 근처 커피숍에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 일기장을 펼친다. 한 주간 느꼈던 감정과 일련의 사건들을 적어 내려가며 지난 일주일의 나와 마주한다. 과거에 썼던 일기들을 읽으며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상황들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제 3자의 입장으로 그 때를 바라본다.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지구 정 반대편의 어느 세상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되었다는 느낌을 오롯이 음미한다. 가방에 챙겨왔던 소설책을 꺼내 또 다른 세상에 나를 담근다.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위와 같은 주말 아침을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듯하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2시간 남짓한 시간. 이 시간을 통해 지쳤던 몸과 마음을 비워내고, 인생에서 잠시 쉼표를 찍는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서야 가질 수 있는 시간이기에 미안한 감정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2시간만큼은 날 위해 써야하지 않나, 이 시간을 가진 후 집에 돌아가면 더욱 활기차게 집안을 돌볼 수 있으니까, 라고 스스로 합리화 한다. 남편에게도 남편만의 시간을 줘야지 생각하면서.


나에게는 이처럼 나만의 완벽한 힐링법이 존재한다.





커피와 책, 일기장





이 세가지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를 가도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느 순간 난 인생을 살며 이 세 가지에 큰 빚을 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되던 나날들, 저 세 가지 없이 어떻게 담담히 흘려보낼 수 있었을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인생에서 큰 축복이다. 살다보면 의도하지 않게, 기대하지 못한 힘든 일을 겪어 나가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고유한 방법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가. 일종의 단단한 방패막이 하나를 소유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취미가 없거나, ‘뭘 해야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한결같이 답한다. 꼭 찾아야만 한다고, 그것을 찾아야만 강해질 수 있고, 담대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취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종이 한 장에 스스로 ‘행복해지는 순간들’을 아주 단순한 것까지 적어내려가다 보면 아, 내가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낮잠자기, 친구 만나 수다떨기, 밀린 드라마 몰아보기, 운동하기, 빨래를 개키며 비누 냄새 맡기 등등 다양한 것들을 적어내려 가는 것이다. 그 후 적어내려간 것들을 비교 분석하며 ‘아, 나는 이런 성향을 가졌구나. 난 이런 취미생활이 잘 맞구나’라는 깨달음, 이를테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감정을 느껴보면 좋겠다.


무엇이든 해보기 전에는 내게 잘 맞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때문에 난 무엇이든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다. 이것저것 배워보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새로운 ‘취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노력’인 것 같다. 취미를 찾으려는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그 누구나 ‘나만의 힐링법’을 찾을 수 있다.


본인을 위한 시간은 타인이 차려주는 밥상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공을 들여 차려야만 한다. 공들여 지은 집 밥이 건강에도 좋고 맛있듯, 공들여 찾은 취미 또한 그 어떤 시간보다도 달콤하고 귀중하다.




모두에게 ‘자신만의 힐링법’이 존재하면 좋겠다.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지난주보다 이번주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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