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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13. 2019

1시간 일찍 출근하면 느낄 수 있는 행복

개인의 자유시간을 확보하기

8:00 a.m.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했다.


사무실은 전기 돌아가는 소리와 내가 두드리는 타이핑 소리만 들릴 정도로 적막 그 자체다. 얼마 만에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마주하는지 모르겠다. 허리띠를 조인 듯 타이트한 일상을 살다 보면 이런 여유 시간 앞에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깊이 느끼게 된다. 

이 시간만큼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졌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딱 이 질문이 머리 위에 둥둥 떠오르게 된다고나 할까. 마치 여행지에서 가지게 되는 여유와 어딘지 조금 닮아있는 그런 시간이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작성한다. 에어팟을 꽂은 귀에는 요즘 유행하는 발라드 가요가 흘러나온다. 


‘이 적막의 시간이 조금만 더 계속됐으면 좋겠다...1분이 1시간처럼 천천히 지나 갔으면...’




언제나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 시간에는 유치원에 가야 하는 첫째 아들과의 사투를 벌인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먼저 나부터 출근 준비를 마친 뒤, 아들을 깨워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30분 거리의 유치원으로 등원 시키기까지... 그 한 시간 반 동안 전쟁 같이 치열하고 험난한 시간이 펼쳐진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고래고래 우는 날이기라도 하면 불과 20분 전 화장을 마친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때문에 공휴일이거나 출근하지 않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어느날이면 ,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사무실에서 적막을 즐긴다. 이 1시간이 내겐 얼마나 '사치스러운' 시간인지 모른다. 나만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니!!! 과연 그런 시간이 존재하기도 했구나, 싶을 만큼 일찍 출근해서 보내는 '1시간의 자유'가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진다. 말하자면 그 어느 때보다도 보물같은 시간이다. 



지난해만 해도 회사와 1시간 30분 떨어진 외딴곳에 거주했던 나는 출근시간의 트래픽을 피하기 위해 매일 아침 6시 50분이면 집에서 나왔다. 당시만 해도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난 오롯이 혼자서 출근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간이 맞으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통화를 하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장거리 통근을 즐겼다.

아침에는 트래픽이 비교적 적어 대개 오전 8시면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에는 언제나 논설위원님과 나뿐. 논설위원님은 방 안에 계셨기 때문에 넓은 사무실에는 나 혼자 뿐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 그 한 시간만큼은 오롯이 날 위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의 내면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읽고, 생각하고, 음악을 듣는, 그런 시간.


워킹맘에겐 너무나 꿈같이 달콤한, 그런 시간. 


사람에게는 누구나 스스로를 찾기 위한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들이 우물 깊숙이 갇혀 외부로부터 철저히 고립되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물'은 스스로 찾지 않으면, 거저 내게 오지 않는다. 



다시 내게 ‘시간의 자유’만 허락된다면 1시간 일찍 출근하리라. 


이 시간의 묘미...해본 사람들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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