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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15. 2019

집 앞 레스토랑에서 만난 할리웃 스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니키' 역을 맡은 나타샤 리온을 만나다

때는 금요일 저녁. 워킹맘에게 불금이란 다른 세상 이야기만큼이나 현실성이 없지만, 그 금요일은 달랐다. 남편이 일찍 퇴근해 육아를 전담해주기로 했던 것. 남편에게 아이를 토스하고, 날아갈 듯 가벼운 몸을 이끌고 친구와 함께 집 앞 스시집을 향했다.



이 스시집은 동네 식당치고는 꽤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데, 그만큼 맛이 있어 종종 발걸음하게 되는 곳이다. 워킹맘 배려 차원에서 늘 우리 동네까지 와주는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고자 그날도 해당 스시집을 찾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생맥주를 짠-하려던 찰나, 친구의 두 눈이 동그레졌다. ‘아는 사람이라도 봤나’ 했더니, 그 아는 사람이 바로 TV에서 보던 사람이었다.



“우리 맞은편에 앉은 저 여자 할리웃 배우야!!!”



친구의 눈이 응시하는 곳으로 나 또한 시선을 돌렸지만, 사실 누군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브래드 피트 정도 되는 배우가 아닌 이상에야 외국 배우를 알아보기란 내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식당 옆자리에 앉아도 못 알아보는 나니 말 다했다.



“누군지 모르겠는데...”

출처: Wikipedia


친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라는 유명 미드에 나오는 여배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미드였다. 넷플릭스에 들어가 해당 미드의 줄거리 정도는 읽어보고, 예고편을 시청한 적은 있었다. 뉴욕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정도로 알고 있다.



서버가 생맥주부터 테이블에 가져다 줬지만 우린 맥주를 한 모금 조차 맛보지 못하고 맞은편에 앉은 여배우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난 기자라는 직업병을 백분 살려 검색의 기술을 발휘해 해당 배우의 이름을 찾아냈다! 배우의 이름은 ‘나타샤 리온’(Natasha Lyonne)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시청하지 않은 나로서는 배우 사진을 보고서도 고개가 갸우뚱했다.



친구는 맞은편에 앉은 여성의 목소리마저 그 배우와 너무 일치한다며, 가물가물 하지만 해당 배우가 맞다고 90%는 확신하는 것 같았다. 당시 해당 배우는 남자친구로 보이는 한 남성과 식사 중이어서 우린 식사가 끝나고 커플이 식당을 나갈 때 그들에게 접근하기로 계획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저녁을 먹는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100% 집중할 수는 없었다. 맞은편 테이블 커플이 언제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지 힐끔힐끔 감지해야 했으니까. 나로서는 잘 모르는 할리웃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에서 마주치는 유명인사라니, 꼭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주시하던 테이블에 앉은 두명이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일어나고 있었다. 우린 눈빛을 주고 받고, 난 친구에게 ‘화이팅’을 외쳤다. 친구는 긴장한 듯 보였다. 행여나 유명 배우가 아니면 어떡하나, 갑작스럽게 아는 척 인사를 건네는 게 무례한 것은 아닐까...등등의 걱정을 무릅쓰고 우린 그 일행에게 다가갔다.



“혹시...나타샤 리온 맞나요?”



결과적으로 그녀는 할리웃 배우 나타샤 리온이 맞았고, 그녀는 우리와 흔쾌히 사진을 찍어줬다. 난 쿨하게 사진을 찍어준 그녀의 멋짐에 반해 그날로 팬이 됐다. 그녀와 함께 있던 그녀의 남자친구가 사람좋게 웃으며, 우리들의 인증샷을 찍어줬다.



그런데 하이라이트 순간은 따로 있다. 그녀가 떠나고 스시집 종업원이 우리에게 박장대소 하며 다가왔다.

“너희 왜 저 여배우하고만 사진 찍은 거야? 같이 온 남자가 훨-씬 더 유명한데.”



???!!!!


출처: Wikipedia



알고보니 그랬다. 우리의 사진을 찍어준 그녀의 남자친구는 ‘프레드 아미슨’으로 SNL에 출연한 미국 내 화제의 인물이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의 인지도가 그녀보다는 훨-씬 높은 모양이었다. “He’s way more famous than her”이라는 종업원의 말에 근거하면.



친구와 난 박장대소했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더니, 진짜 유명인을 옆에 두고 사진이나 찍어달라고 부탁하다니. 얼마나 우스운 상황이었을까.



하지만 전혀 불쾌한 기색없이 웃으며 사진을 찍어줬던 ‘프레드 아미슨’의 젠틀함에 그리고 ‘나타샤 리온’의 쿨함에 다시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그날 저녁 시간을 10배는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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