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국자 2주 자가격리-양평 전원생활

양평 포레스트

by Iris Seok

‘외부로부터 고립돼 전원에서 자급자족하며 보낸 행복했던 2주일’


나는 한국에서 지낸 격리생활 2주일의 추억을 위의 한 문장으로 축약해 가슴 한 구석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유배지에 보내진 선비의 심정으로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지만, 웬걸. 너무도 행복했다.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소 꿈꿔왔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그 어떤 복잡한 일도 생각하지 않고, 다섯살 아들과 오붓하게 둘만의 시간을 채웠다.


미국에서 한국에 도착한 후, 아들과 나는 2주간 부모님의 양평 별장에서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가족들과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부모님은 서울집에서 거주 중이셨고, 가끔 나와 아들을 보러 양평에 들리실 때면 서로 마스크를 쓴 채로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말하자면 난 가족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양평집에서 아들과 단 둘이 전원생활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 엄마, 아빠와 함께 양평집에서 머물던 시간과는 큰 차이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삼시세끼를 다 책임져야 했고, 집 청소, 빨래, 문단속까지 해야했기 때문에 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집을 대하게 됐다. 주인의 마음으로 또 한 아이의 엄마인 신분으로 양평에서 보낸 2주는 참으로 여유있고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부터 연다.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이곳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한다. 새 소리가 지저귀고, 눈부신 햇살이 창가를 내리쬔다. 이 느낌이야말로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 그 자체구나 싶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음악을 들으며 오렌지 주스 한잔을 마시고 있다 보면 아들도 잠에서 깨서 밖으로 나온다. 뭐 먹을래, 물으나 마나 늘 그렇듯 식빵을 버터에 굽는다. 아이는 초코 크림, 나는 크림치즈에 오이를 올려 냠- 한 입 베어 문다.


오늘 하루는 뭘 하며 채울까, 소소한 고민. 고민의 종착지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원에 나가 나는 줄넘기를 하고 아이는 미니 오토바이를 타며 오전 시간 내내 햇볕에 살을 태운다. 그러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에 엄마아빠가 재배한 유기농 상추를 따서 집으로 들어온다. 소고기를 구워 방금 딴 상추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은 후 또다시 정원에 나가 뛰어 놀다가 집에 들어와 아이 목욕을 시키고, 저녁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그러다 아이가 잠든다…



하루 종일 정원에서 뛰어논 아이는 미국에서와 달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서 지난 3개월간 집에만 갇혀있던 아이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 늘 집에만 박혀 재택근무하는 엄마 옆에서 TV만 보던 아이는 오랜만에 마주한 자연이 퍽 좋은지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뛰어 놀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몰려왔다. 미국에서 한국에 오기까지 고민도 많았고,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결국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일찍 잠들면 매일 오후 7~8시쯤부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거의 다 끝마치고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다. 밀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도 했고…오전, 오후로 자가격리앱을 통해 발열체크를 보고하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종종 까먹기도 해서 공무원분들로부터 전화를 받긴 했지만.







2주간의 격리생활 동안 맛있는 음식들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에는 ‘마켓 컬리’의 역할이 컸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다름 아닌 ‘마켓 컬리’ 이용하기였다. 코로나 시기에는 뭐든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최근 온라인 식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마켓 컬리’가 최고라며 손을 치켜들었다. 내가 한국에 거주했던 때만 해도 ‘마켓 컬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난 그 편리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쿠팡의 편리함만 알고 있었을 뿐).



나에게는 친구들이 추천해 준 ‘마켓 컬리’ 추천 제품 목록이 있었다. 이를테면 비타민 플러스 주스, 프랄뤼 헤이즐넛 크림, 미로식당 떡볶이, 교토마블 식빵, 이즈니 포션 버터 무염 등등. 격리 첫 날 오후 8시 전에 신나게 주문을 했더니, 다음날 집 앞으로 물품들이 배송돼 있었다. 물론 서울 이외 지역이어서 새벽 배송은 불가했지만 하루 만에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이났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아마존 배송이 최근 몇 달 사이 굉장히 느려졌다).



양평집에서는 주변에 배달음식을 시킬 만한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게 ‘마켓 컬리’는 최고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덧붙여 종종 엄마, 아빠가 투고 음식이나 직접 만드신 음식을 가져다 주기도 했기에 격리기간 동안 먹는 일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도시의 팍팍한 삶에 익숙했던 내게 자연에서 보낸 2주는 정서적으로 커다란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복잡하고, 마음 쓰이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 날 먹을 ‘삼시세끼’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일상은 기대보다 근사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 오느라 '잘 먹고' '여유롭게' 사는 일에 대해 무심했던 건 아니었을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 코로나19 시기 속에 한국에서 보낸 2주간의 격리생활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단조로운 삶, 집밥을 해먹는 삶,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풍족한 삶이 가지는 큰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음미하며 살고싶다'고 대답하고 싶다. 격리 2주간 그랬던 것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PmN64Uk4dGY&t=30s

이전 18화코로나 속 비행기 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