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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06. 2020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미국의 실업수당

누구나 그렇겠지만 2020년 나의 삶은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나의 삶에 가장 큰 변화는 내가 격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주일 일하고, 일주일 쉬고. 일주일 일하고, 일주일 쉬고. 즉, 한 달에 2주일을 일하고 2주일을 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절반만 일하고 있기 때문에 월급 또한 반으로 줄었다.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우리 가족의 생활비가 줄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꼬박꼬박 실업수당을 챙겨줬기 때문이다. 흔히 '실업수당'이라 하면 '실업자'들을 위한 수당이 아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더욱이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연방, 주정부에서는 실업수당을 챙겨줬다. 


실업수당(Unemployment Insurance, UI)에 대해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최대 26까지 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실업수당은 39주까지 가능

-개인의 급여에 비례해 주당 40달러에서 450달러까지 지급 가능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영업장이 문을 닫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든 경우, 자녀의 학교가 휴교했거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 등 실업수당 신청 가능


2020년 7월31일까지는 주정부에서 챙겨주는 실업수당(주당 급여의 약 60%)에 더해 연방정부에서 1주일 마다 600달러를 지급해줬다. 나처럼 한 달에 2주일을 쉬는 경우, 연방정부에서 주는 2주일치의 금액 1,200달러(600x2)와 2주치 월급의 60%를 받을 수 있었다. 즉, $1,200 + 2주 급여 60% 를 매달 실업수당으로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덕분에 나의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우리 집 경제사정은 과거보다 나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2주일치 월급과 실업수당을 합하면 풀타임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이 내 통장으로 들어왔다. 물론 8월부터 연방정부에서 주는 실업수당 600달러가 300달러로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끊겨서 조만간 경제적 풍요는 사라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주정부에서 주는 실업수당은 계속된다. 고로 월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실업수당을 합해 그럭저럭 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실업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 실업수당에만 의존한 삶을 살고 있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코로나19 1위 국가인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그 어느 곳에서 보다 극한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일상의 무너짐을 체감하고 있지만, 정부의 빵빵한 보조 덕에 경제적으로는 확실히 혜택을 보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부분이다. 비록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코로나19가 무한대로 확산해버렸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부분은 인정한다. 


기존의 생활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매달 2주일간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는 사실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의 나의 삶을 이제는 떠올리는 것 조차 어색하다. 하루 24시간 내내 과연 나만을 위한 시간이 있었던가. 굳이 점심 약속이 없던 어느 점심시간에 누렸던 1시간 넘는 시간이 고작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시간의 전부였다. 일과 육아만으로 채워져 나가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그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나에게 허락된 이 자유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아이들 또한 유치원에 가고 있지 않기에 여전히 하루가 풀타임으로 자유롭지는 못하다. '육아'를 하며 틈틈이 누리는 자유시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새벽5시에 일어나 '미라클모닝' 시간에 누리는 자유와 아이들이 잠든 후 오후 9시쯤부터 시작되는 나의 자유가 귀하디 귀하다. 

거기다 육아휴직을 받은 것 마냥 아이들과 온전히 하루종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도 감사하다. 아빠를 더 좋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를 먼저 찾으니,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시간임은 확실하다.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나만의 시간은 4배 정도 늘어났다. 언제까지 이런 삶이 계속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우리 회사 높으신 분들 조차도 모르실 듯 하다. 최근 반년 만에 점심 회식 자리에서 회사 동료들과 상사 분들을 다같이 만났다. 야외 테라스에서 밥 먹을 때만 마스크를 벗은 채로 서로 조심하며 점심을 먹던 자리였다. 반년 만에 만났지만 모두가 그대로여서 낯선 느낌이 전혀 없었고, 때문에 반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어디론가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헤어지기 전 부장님은 말씀하셨다. "다들 이 시간 열심히 살고 있지, 뭔가 자신을 위해서?" 라고. 한 선배에게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느냐고도 물었다. 지금 이 시기에 자신의 다음 스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미래엔 뗏목을 붙잡고 강물에 떠내려갈 처지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금 생각한다. 이 귀한 시간들을 아껴서 나와 가족들을 위해 잘 써봐야지. 미래에 2020년 이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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