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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Nov 22. 2020

랜선으로 함께 하는 다이어트

랜선라이프 예찬-1) 다이어트

두 달 째 다이어트 중이다. 두 아이를 출산한 이후 내 삶에서 ‘다이어트’란 단어는 늘 함께였다. 출산 이후 난 저녁을 굶거나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운동을 가는 등 다방면으로 살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삼시세끼를 잘 챙겨 먹는 내가 그 정도의 방법으로 살 빼기는 불가능했고, 더 찌지 않는 '유지' 수준만 지속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갔고 난 더욱 살이 쪘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일까지 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난 '확찐자'의 대열에 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 “살 때문에 미치겠다”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과거 함께 결혼 준비를 했던 우리는 예비 신부 시절이던 5년 전의 몸무게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지금보다 무려 10키로나 덜 나가는 그 시절의 몸무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우린 너무나 '아줌마'스러워졌다. (몸무게 뿐만 아니라 삶의 대하는 태도까지)



무엇보다 살이 쪄서 슬픈 건 원하는 옷을 맵시 있게 입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 입던 바지를 입으면 그 위로 배가 불룩 튀어나오거나 블라우스 단추가 벌어진다거나 그런 수치스러운 일들이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런 아웃핏에 익숙해지는 내가 슬펐다. 아이를 낳았을 뿐인데, 어쩌다 난 진짜 아줌마가 되어 버렸나.


우리 같이 다이어트 해볼래? 매일 몸무게를 공유하는 거야.



친구는 공동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총 3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매일 아침 몸무게를 공유해서 다이어트 과정을 함께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강제성을 부여하기 의해 1인당 10만원씩 걸었고, 새해 1월1일까지 목표치를 이루지 못하면 그 돈을 잃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친구들은 각각 내 통장으로 10만원씩을 입금했고 우리는 다음날부터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1월1일까지 우리의 목표는 첫날 몸무게 보다 4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것.



2달 동안 4킬로그램을 감량하는 일이 그닥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우습게 여겼으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2킬로그램을 감량하는 데까지는 비교적 수월했으나 그 후로는 정체되거나 또다시 몸무게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매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나의 적나라한 무게를 드러내는 일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미 첫날 몸무게를 오픈했으니 뭐가 더 부끄러울까 싶었지만, 친구들은 몸무게가 줄었는데 되려 내가 몸무게가 늘어났을 경우 약간의 자괴감이랄까, 그런 씁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말하자면 다이어트를 향한 나의 인내심과 끈기, 노력 등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마치 성적표가 공개된 고등학생 같았다. 내가 고등학생 2학년일 때, 담임선생님이 우리반 학생들의 성적을 교실 뒤 벽에 붙여놓은 적이 있었다. 자극을 주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분명 학생들 개개인에게 수치심을 주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방편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분명 효과는 있었다. 수치심을 피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만 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이번 공동 다이어트도 효과가 탁월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줄어든 무게를 보여주기 위해 식단에도 신경쓰게 됐고, 평소보다 식단을 엄격하게 지키지 못한 날에는 운동이라도 더했다. 그러다 보니 0.1킬로그램씩 조금씩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덤으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친구들과 의무적으로라도 매일 연락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살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일이 특히 연말이면 슬프게 다가오곤 하는데, 최근에는 아무래도 매일 연락을 하다보니 친구들을 향한 약간의 그리움이 해소됐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우리들은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은 어떤 약속이 있어 식단 조절이 힘들었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낱낱이 주고 받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며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미도 따라왔다. 다음날 아침 체중계 위에 올랐을 때 조금이라도 무게가 줄었으면 게임에서 한 판을 깨고 그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듯한 성취감도 있었다.


나의 경우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 애플워치와 한 몸이 됐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애플워치를 차서 하루 종일 나의 칼로리를 측정한다. 애플워치는 내가 하루 종일 소모하고자 하는 목표 칼로리, 운동 시간을 정한 후, 매일 목표 달성 여부를 한 눈으로 알 수 있는 '피트니스' 기능이 있다. 나는 매일 나만의 목표치(칼로리 소모 450, 운동 30분)를 채우기로 나와의 약속을 정했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지켜내고 있다. 일주일 내내 목표치를 달성하면 애플워치에서 배지를 주는데, 그게 뭐라고 사람 마음이 또 배지를 모으고 싶더라.




그리하여 지금까지 나와 친구들의 다이어트는 순항 중이다.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남은 한 해 동안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목표 무게에는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트 성공 이후 요요가 오면 안되니 새해에도 우리의 공동 다이어트는 계속될 듯 하다. 아이 낳기 전의 몸매를 되찾기 위해 아줌마들의 고군분투는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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