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후 숙제를 하며 느낀 감정에 대한 글은 10회로 끝이 났다. 대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생겼으나 언제나 공상에서 끝이 났다. 글을 쓰는 연습 대신 자소서나 쓰면서 글쓰기 감각은 점점 자소설화 되어갔다. 그러다 내부와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마음의 병이 났다. 그때 우울의 늪의 바닥을 보았고, 하찮은 내가 꼴 보기 싫어서 집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수업에 수강 신청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 동안 주 1회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감정을 마주했다.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를 덮어놓고 곪아두게 뒀다는 것을 깨달았다. 숙제를 하면서 그때의 내가 감정을 돌보는 것에 미숙했으며, 편견을 가지고 상황을 해석했으며, 구태여 강한 척하며 감정을 속였다는 것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글을 써내려 가면서 10년 넘게 곪았던 감정이 터져서 치유되기 시작했다. 나를 우울하게 했던 수많은 고름 덩어리들을 터뜨렸다.(고름이라고 하니 좀 더럽지만 실제로 나를 고약해지게 만든 감정들이라 적합한 표현 같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글을 쓴다.
처음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제출했던 글쓰기 목록은 글쓰기를 하며 달라진 내 모습과 우울하던 내가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 두 개였다. 글쓰기 수업에 관한 글을 다 썼으니 새로운 주제를 찾으려 한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주제는 서너 개 정도 되는 것 같다.
1. 묵혀진 여행일기
2012년도 첫 유럽 배낭여행부터 시작된 국내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여행용 일기장을 따로 사서 기록을 했기 때문에 문자 기록에 의존하여 글을 쓸 수 있다. 크게 서유럽 여행, 유럽 어학연수, 나 홀로(?) 제주도 여행, 친구와 함께 한 태국/홍콩 여행, 동생과 간 대만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록이다. 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아무 데도 못 갔다.
2. 경제 공부 기록
나는 경제에 무지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무지하긴 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하려는 마음이라도 있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적금, 주택청약, 예금통장에 돈만 무조건 넣어두기'만 할 줄 알았다. 금융감독원에 가서 처음으로 재정 상담을 한 게 2018년도던가. 20대 후반에야 재테크를 시작했다. 이제까지 예적금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2019년도던가 그때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2012년도던가 영웅문에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사봤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산 게 아니라 제외하고 싶다. 그때 산 주식의 주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큰 변동이 없다.) 주식뿐 아니라 재테크 공부를 하게 된 거도 최근의 일이다.
경제에 무지했던 내가 30대가 되어 쓰는 기록을 남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3. K-장녀의 일상
아빠는 4남 1녀 중 첫째. 엄마는 2남 3녀 중 첫째. 그리고 나는 그들의 첫째다. '첫째인 게 어때서?'라는 생각을 했는데 주변 친구들(대부분 첫째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첫째만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진짜 첫째라서 그렇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4. 온갖 생각에 대한 글
나는 생각이 아주 많은데 그러한 생각을 조금 정리하여 글을 써볼까 한다. 솔직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뭐 30살이 되었을 때의 감정이나 여러 명언에 대한 반론. 20대에 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들 시리즈 이런 것들. 아니면 나의 약점이나 나의 강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 나에 대한 과다한 정보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네 개 중에서 선택해서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제대로 된 글을 못썼으니 다음 주는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글을 두 개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