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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Feb 27. 2022

10.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운동은 하는데 근육은 없습니다

아이릿의 일상 행복 찾기

(일상 행복 찾기는 자주 우울함을 느끼던 아이릿이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씁니다.)

#10.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지금도 가까운 건 아님). 체육시간에 배구를 하다가 공에 맞으면 손이 땡땡 부어서 정형외과에 가서 염증 완화 주사를 맞은 적도 있고, 스키를 타다가 다리에 금이 간 적도 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고 가만히 있는 게 낫겠다며 운동하려는 나를 말렸다. 나 역시 굳이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그 말은 또 잘 들었다. 그렇게 나는 운동과 점점 멀어져 20년 넘게 살고도 유일하게 하는 운동 두 개를 꼽으라면 쉼 없이 숨쉬기, 건강 유지용으로 걷기가 전부인 몸이 되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 꾸준히 헬스장을 가거나, 필라테스, 요가, 스키, 스쿠버 다이빙, 수영 등을 즐겼다. 몇몇은 아마추어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암벽등반, 마라톤 등을 하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운동을 하... 면 내가 아니지. 20년 넘게 안 하던 것을 갑자기 할 수 있을 리가. 오히려 친구들이 이런저런 운동을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2015년도 여름. 어학연수를 가기 전 대학 병원에서 정밀 건강 검진을 했다. 결과가 나온 날 '경도 비만'이라 적힌 결과지를 받았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충격도 잠깐이었다. 어학연수 준비하기에 바빴고, 프랑스에 가서는 먹느라 바빴다. 다이어트를 할 시간이 없었다. 


 2016년도 초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내 몸은 건강과도 거리두기를 시작한 상태였다. 프랑스에서 제때 약을 먹지 못해 축농증으로 발전한 비염과 가슴에 혹이 생겨 수술도 했기에 체력은 바닥이었다. 그래서 2016년도의 봄이 오기 전 버킷리스트에 새로운 목록을 작성했다. 바로 건강한 몸만들기.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몸이 어떤 몸이냐. 바로 체지방률이 낮고 적당한 근육이 있으며 피부는 운동을 하느라 살짝 구릿빛으로 탔거나, 태우진 못했어도 탄력 있는 피부를 가진 몸이다.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팔뚝살, 허벅지살, 뱃살, 볼살 다 사라져!! 내 몸이 얼마나 엉망인지 보건소에 가서 체지방 검사를 했다. 역시나 내 몸의 대부분에는 근육 대신 지방이 있었다. 체지방률이 40%에 가깝다니. 보건소에서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헬스장에 다녔다. TV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뛰는 러닝머신이 너무 지루했다. 그래서 사이클 시간에 들어갔는데 사이키와 시끄러운 노래에 미친 듯이 페달을 돌렸으나 무릎이 아팠다. 요가반도 들었는데 재미가 없었다. 핫요가는 뜨거웠다. 빠지는 날이 더 많은 두 달을 채우고 관뒀다. 결국엔 집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TV를 유튜브에 연결하니 전 세계의 댄스 유튜버들이 나한테 춤을 알려줬다. 헬스장이나 댄스학원에서도 땀 내면서 운동하긴 마찬가지였는데 집에서 혼자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무산소 운동, 스트레칭 유튜버들도 찾아서 주 3회 40분 이상 따라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다시 보건소에 갔다. 체지방 검사를 했는데 살이 찐 사람이라 그런가 체지방률이 27%로 뚝 떨어졌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탄탄한 몸매는 못 가졌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몇 년이 더 지나 취준생이 된 아이릿. 자기혐오와 사회에 대한 증오 그리고 완벽주의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의 늪에 빠졌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집에서 하던 운동은 관둔 지 오래. 어렵사리 채워놓은 근육은 아주 쉽게 빠져나갔다. 자소서를 쓰고, 강의를 듣는다며 컴퓨터만 봤더니 이곳저곳이 운동 부족이라고 운동을 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거북이의 목을 갖게 되고, 손목은 터널 증후군이 오고, 허리는 잘못된 자세로 틀어지고, 근육이 받쳐주지 않아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하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경쟁심에 불타 격한 운동을 했을 때 디스크가 살짝 나가서 걷는 운동만 해야 하는 날이 1년 넘게 지속되었다. 그랬던 내게 우울함까지 왔다.


 이불속에 날 가두고 울기만 하던 날이 수개월 째 이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싫어지고 운동은커녕 그러게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귀찮았다. 어느 날은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아무것도 안 하는 나보다 나아 보여 죽이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았다. 그런 날이 조금 오래 이어졌다. 좋았던 기억까지 쓸모없는 기억으로 바꾸고 걱정해주는 친구들에게 달아나버린 날. 그러다 어느 날 우울의 바닥을 찍고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바로 대충 옷을 걸치고 나가 산책을 했다. 어느새 바깥은 뜨거운 여름이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움직이니 그동안 굳어있던 몸의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단한 스트레칭에도 뻐근함을 느끼고, 이미 뻣뻣해져서 잘 숙여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움직였다. 허리에 손을 얹어서 허리를 앞뒤로 쭉쭉 펴주고, 손을 맞잡은 채로 팔을 쭈욱 뻗어 머리 위로 올렸다. 무릎에 손을 대고 원을 그리기도 하고 발목도 풀어줬다. 뜨거운 햇볕과 공기 때문에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개운했다. 그렇게 천변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기분이 얼마나 쉽게 우울해지고, 나아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방구석에서 울던 게 아쉬운 날씨였다. 이날 다짐을 했다. 내가 언제 또 우울해질지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오면 방에서 울고, 혼자 땅 파는 대신 나가서 걷기라고 하자고.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맞는지 아팠던 곳이 점차 나아졌다.


  우울했던 경험 덕에 강해진 건지 지금은 그다지 우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한다. 조싀앤바믜, fitness Marshall, madfit, blogilates, 여리나핏...과 같이 내 곁에서 언제나 도움을 주는 유튜버들 덕분에 지방이 더 생성되지는 않는다. 근육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우울함이 오는 것은 막아준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 나를 괴롭히던 고민과 문제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운동 자세를 완벽하게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땀을 흘리며 운동을 마치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내가 해냈어!" 하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과학적인 근거도 확실하다. 운동을 하면 생성되는 엔도르핀, 도파민, 아드레날린 그리고 엔도카나비노이드와 같은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두려움 완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향상, 신체적 아픔 경감 등도 위의 호르몬이 주는 효과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우울증도 완화시킨다고 한다. 단순히 걷고, 뛰고 움직이는 움직임이 우울한 감정을 줄여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체지방률이 높지만 우울함은 낮다. 대단한 행복을 얻진 못했지만 이 정도 행복이면 만족한다. 다른 행복은 지금 이 기분만 있으면 노력하여 얻어낼 수 있으니 시간문제일 뿐. 오늘 우울하다면 나가서 움직여보자. 나가지 않아도 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자. 몸의 근육을 깨우며 움직이다 보면 우울함은 잠든다.



브런치에 처음 올린 글이다. 지금 보면 '왜 저랬지?' 싶을 정도로 우울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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