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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Oct 04. 2022

그림/ 요르단 9월 결산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

한국에서는 자취를 한 적이 없다. 엄마 아빠랑 쭉 같이 살았다. 내가 집을 나가서 지낸 적이 있다면 타지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소속된 곳에서 숙소 등을 제공해줘서 내가 신경 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청소도 다 해줘, 밥도 다 알아서 해줘, 공과금도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자취는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한다. 청소, 빨래, 요리, 공과금 관리, 인터넷 연결 등... 일 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일하고 피곤해 죽겠는데 저 중 하나라도 제대로 안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입고 갈 옷이 없다거나, 제대로 먹지 못해서 일할 힘이 없다거나(?). 그래서 무엇 하나 대충 할 수가 없다. 자취를 하고 나름 부지런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적은 수입을 관리하는 법도 익히고 있다. 좋다.


요르단은 고양이 천국이다. 어디든 고양이가 있는 데다가 고양이를 돌봐주는 사람도 한국만큼 많이 보인다. 어떤 분은 머리에 백반집에서 쓸 법한 쇠쟁반을 이고 20-30개 되는 접시를 고양이가 잔뜩 모인 곳에 놔준다. 동네에 있는 고양이들은 그 사람이 밥 주는 걸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오면 다들 꼬리를 한 껏 하늘로 올린 다음 홀린 듯 따라간다. 나는 어쩌다가 집에 오는 고양이 한 마리를 돌봐주고 있다. 뭐 줄 때마다 인터넷에서 '고양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 '고양이 포도', '고양이 치킨' 등을 찾아본다. 뭐 하나 잘못 먹였다가 탈 나서 아프면 안된다. 내 코가 석자인 나는 그 고양이를 책임져주지 못하므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검색을 한다.(포도는 절대로 먹이면 안된다는 것과 고양이는 잡식이 아닌 육식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는 참 복 받았다. 소고기, 닭고기 양념하지 않은 채로 턱턱 구워주는 집사를 얻었다. 집사 간택 한 번 잘했네.(내가 간택했다고 하고 싶지만 다들 고양이한테 '내가' 간택당한 거라고 정정해줬다.)


요르단 생활 3개월 차. 부지런해지고, 동물 사랑도 실천하면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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