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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Apr 26. 2023

그림/ 라마단이 한국인 직장인에 끼치는 영향

지방을 쌓고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동안 업무 시간에 변동이 있었다. 요르단 정부는 라마단 기간 업무 시간을 10-15시로 변경했다. 내가 있는 곳은 요르단에 있는 한국 회사라서 요르단 정부의 공식 업무 시간을 따를 수 없다. 대신 08-16시 근무시간이 현지인 직원 배려차원*에서 09-15시로 일시 변동되었다. 평소에는 1시간의 점심시간 제외 7시간 근무였지만 라마단 때는 점심시간이 30분으로 짧아지고 2시간 단축!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 현지인 친구한테 회사에서는 물은 마시되 점심은 참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달 하면 간헐적 단식도 되고, 위장도 편안해지고 살이 좀 빠지지 않을까?"라며 결심의 이유까지 덧붙였다. 나의 결심은 얼마나 약하고 가벼웠는지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더욱이 나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종종 같이 밥 먹던 둘)은 30분으로 줄어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더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현지인 직원들이 있어 회사에서는 밥 먹기 눈치 보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사는 동료가 집을 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라마단 돼지 모임'. 정말 라마단 동안 점심은 참아보려 했는데 그 집은 개미지옥 같은 곳이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결국 한 달 내내 그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에는 점심시간도 짧으니 가볍게 먹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퇴근 이후의 자유시간이 길었다. 어느 순간 각자 집에서 같이 먹을 반찬이나 국을 싸 오고, 그 30분 동안 택시 타고 나가서 장을 보고 다음번에 먹을 것을 동료 냉장고에 채워놓고 있었다. 마지막 날까지 정말 열심히 먹었다.


살이 올랐는지 작년에 왔을 때만 해도 잘 입었던 바지가 작아졌다. 현지인 친구는 라마단 기간 가볍게 이프타르(금식 후 첫 끼)를 먹어서인지 살이 빠졌고, 얼굴에서 윤기가 난다. 라마단 기간 동안 1시간 늦어진 출근 시간에 아침 먹고, 점심도 거하게 먹고, 이른 퇴근 후 저녁도 열심히 챙겨 먹은 나는 다른 의미로 윤기가 나는데 말이지. 어쨌든 윤기가 나는 거면 다행인 건가.


한 달 동안 단축근무를 잘 즐겼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은 사실인가 보다. 단축근무를 즐기던 우리들은 라마단 셋째주 목요일 라마단이 두 달 정도 지속되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다. 현지인 직원들이 들었더라면 한 달도 힘들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법한 말이라 우리끼리 조용히.


*평소에는 1시간의 점심시간이 있었지만(한국인들과 일해서 점심시간이 있는 거고 요르단 회사나 국제기구의 경우 별도의 점심시간이 없다고 함.) 라마단 동안에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비롯한 음료)을 마실 수 없어서 30분도 쉬는 시간을 준다. 이들은 보통 해가 지고 저녁 7시쯤 첫 끼를 먹고,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수흐르(Suhoor)를 먹는다. 늦게까지 놀고먹기 때문에 늦은 출근을 선호한다. 밥도 못 먹어 힘도 없고, 물도 못 마셔 말하기도 힘들 테니 이른 퇴근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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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구경하기: https://blog.naver.com/kim_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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