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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Sep 04. 2021

01. 행복은 별게 아니야

라고 아빠가 말했고, 나는 동의했다.

아이릳일상툰

상 행 찾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산책하기(+하늘 보기)


  올 여름의 열기는 더위를 그다지 타지 않는 나에게도 참을 수 없이 더웠다. 그래도 에어컨 바람이 싫어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고 있다. 땀은 멈추지 않고 몸의 모든 구멍에서 나와 옷을 적신다. 밤낮 할 것 없이 땀에 절어서 샤워를 두 세 번씩 한다. 얼굴도 뻘겋게 익을 정도로 덥고, 너무 더우니 멍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입맛도 뚝 떨어졌다. 운동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기력이 떨어졌고, 한 번 떨어진 기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고, 보양식을 직접 만들며 떨어진 기력을 채우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했지만 뜨거운 열기는 나의 입맛까지도 녹여버렸나. 음식으로 행복을 찾기는 포기. 다행히 기력을 채우며 기분 전환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야외에서 태양열로 기력 채우기!


  아빠는 산만해 배를 평지로 만든다며 운동을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옷으로 갈아입고 집 근처에 있는 천변을 걷는다. 나는 침대에 붙어 있고 싶은 마음, 유튜브를 보며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운동화를 신고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선다. 비록 덥고 찌고 죽겠지만 여름의 최대 장점은 해가 길다는 것이다. 오후 7시에도 해가 환하게 이곳저곳을 비춘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지평선 너머로 지는 태양이 낮 동안 쏘아댄 열기로 후끈하다. 10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뜨거운 지면의 열기에 마스크 속의 열기가 더해지니 옷 색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기 시작한다.

 

  집 근처에 있는 다리 위에는 꽤나 넓은 정자가 있다. 정자 한 켠에 있는 4개의 책장에는 책도 빼곡히 차있다. 이 곳은 바람이 잘 통해 무더운 여름 동네 주민들 열대야를 잊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우리 가족도 종종 이 정자에서 천변의 밤 바람에 땀을 식히곤 한다. 추위에 자리를 뜨기도 할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아빠와 나는 신호등을 건너 정자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역시 스무 명이 넘는 동네 주민과 관광객들이 정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스마트폰 카메라와 DSLR을 들고서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있었다. 기서 '찰칵. 저기서 '찰칵.'.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나는 그들의 카메라 렌즈가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 풍경을 보고 다른 쪽을 보는 아빠를 툭툭 건드렸고, 우리도 그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 다른 가족들에게도 보여주려고 카메라 어플을 켰다.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열심히 찍고 나중에는 영상으로도 담았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나에게 아빠는 말했다.

"행복은 별게 아니야.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 순간을 즐기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아빤 행복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 버튼을 연신 눌러대면서 나도 말했다.

"아빠, 나도 행복해."

"그럼 됐어."

아빠와 나는 몇 분을 같은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언젠가 비슷한 말을 또 나눌 수 있겠지만, 오늘 바라본 하늘은 다신 없다.


흘러가는 구름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귀찮음을 뒤로 하고 따라 나온 산책 덕에 잊히질 않을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


아빠 말대로 행복은 특별한게 아니다. 고개를 한 번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면 된다. 그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그날 아빠와 내가, 그리고 이 다리 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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