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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윤 Mar 10. 2016

Mommy`s Obsession

엄마의 통제권 아래, 브로콜리에 얹힌 김치

말이나 소는 태어나자마자 걷는다. 금세 뛰어다닌다. 어미에게는 분명 엄청난 분만의 고통이겠지만 어찌 됐건 많은 포유류는 거의 다 성장한 채로 태어난다.


포유류 중에서도 유독 인간은 특히나 미성숙한 단계에서 태어난다. 몇 년이고 옆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생명 유지조차 안된다. 영장류가 두 발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좁은 골반이 필수적이었고 그래서 뼈가 덜 성장한 미성숙한 유아가 생존에 유리했다 한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인간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발전시켰다.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 식량을 구해오는 아버지 등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 시스템이 유전자 전달에 유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태어나고 몇 년이, 아니 십 수년이 지나도록 내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컨트롤하는 건 ‘엄마’라는 존재였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싸고 씻고 자는 대부분의 일들이 엄마의 허락과 지시와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29년이 지난 지금은 '먹는 것'이 아직 엄마의 영향권 안에 남아있다. 한 달에 이틀 정도 부모님 집에서 지내는 날이면 엄마는 내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이거 먹어라, 이건 먹지 마라, 지금 먹어라, 양치질하고 와라, 이것 좀 마셔봐라.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한다. 엄마가 내미는 저 노란색 파프리카를 그대로 내 입에 받아들일 것인가. (입 안에 밥알이 굴러다니는 상황이다.) 브로콜리에 김치를 얹혀 먹는 게 맛있다는 엄마를 위해, 나는 차마 상상도 안 되는 맛의 섬유질 덩어리를 맛볼 것인가, 말 것인가.


오늘도 엄마는 아침마다 생마를 썰고, 토마토를 데치고, 통마늘을 잔뜩 굽는다. 그리고 매번 나는 고민한다. 저걸 몇 개나 먹어야 엄마와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 식욕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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