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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윤 Mar 30. 2017

백수가 되는 길

돈이나 자유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랜만에 만난 아는 오빠가 대뜸 물었다.

"회사은 대체 왜 그만둔 거야?"

나무라는 말투도 아니었고 비웃는 표정도 아니었다.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 오빠의 성정으로 보아 분명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걸 게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당황했다. 한마디로 추릴 수 있는 대답인가. 아니, 그보다 질문이 정확히 무엇인가. 무엇을 하고 싶어 그만둔 것인가, 내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얘기를 해달라는 것인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이냐 재차 물어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는 회사 그만두고 싶지 않으세요?"


오빠는 혼자서 고개를 몇 번 갸우뚱, 끄덕끄덕을 반복하더니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그가 내가 하려고 한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없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회사가 내 것이 아닌 이상, 아니 내 것이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다른 경우가 많다. 남들 볼 땐 똑같은 글쟁이라도 쓰고 싶은 진지한 정치 에세이가 팔리지 않아 팔릴 만한 재미난 연애 소설을 써야 한다면, 글쟁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그런 사람들을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고 한다. 


돈을 쓰는 일 중에 특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취미'라는 것과는 다르다. 돈 있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돈 쓰면서 노는 소비적 취미활동들은 자본주의 사회 내 모든 사람들의 꿈이니까, 소위 꿈으로 표현되는 자아실현적 '하고 싶은 일'과 '취미'는 구분하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은 본인의 시간과 소위 영혼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먹고살고 소비적 취미 생활을 이어간다. 공연, 여행, 사과 제품 등의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적 취미 생활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유혹적이라 한번 빠져들면 그것들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자아실현이니 꿈이니 거창하게들 말하지만 솔직히 그딴 거 없는 보통 사람들이 훨씬 많다. 결혼, 연애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아니 구포세대가 꿈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나 있었나.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있는 게 아니면, 굳이 회사를 그만 둘 이유가 없는 거다.


누구의 삶도 맞고 틀리고 가 없다. 더럽고 치사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보다 돈 없어 서러운 마음이 더 싫으면 회사를 다니면 된다. 해외여행 다니고 맛집 돌아다니며 푸는 스트레스가 성공할지 알 수도 없는 꿈에 몇 년 인생을 바치는 것보다 현명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삶을 평가할 수 없다. 꿈의 무게로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당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기 하고. 대한민국이 최저임금으로라도 어찌어찌 먹고살 만한 나라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소비적 취미생활을 못한다는 슬픈 박탈감을 감수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건 단순히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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