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윤 Nov 06. 2017

미안하면 미안할 짓을 하지 마!

미안하다는 말은 이기적이고 뻔뻔하다.

어릴 때부터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고 충동적이었던, 할 말은 해야 한다 믿었던 철없는 나는, 많이도 싸웠다. 부모님과도 싸우고, 친구들과도 싸우고, 사람을 잃고, 또 가끔 얻기도 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그 거칠고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상대가 상처를 받았다면 나는 어쨌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잘못했는지 헷갈려도 우선 상처 준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 라는 마음가짐을 어렵게 얻었다.


물론 그깟 사과로 그 상처가 낫는 것도 아니며, 얕은 관계일수록 심지어 깊은 관계까지도 종종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보다도 한참 뒤였다. 마지막 한마디는 참는 것이 언제나 좋다는 걸 깨달은 뒤로도 나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원망과 미련이 섞인 한마디를 기어코 뱉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미안하면 미안할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보통은 미안할지 모르고 그러는 거 아냐? 알았으면 안 했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알면서도 미안할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미안한 행동을 하기 전에, 우리는 계산한다. 상대방과의 '관계의 소중함'와 '용서해줄 가능성'의 합보다 '기어이 이 말을 해야겠다는 이기심'이 더 크면, 우리는 그 말을 내뱉는다. 이 말을 뱉으면 저 사람이 상처받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독 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 독한 기운을 남에게 쏟아붓고 나서 내 안의 뜨거움이 잠잠해지면 그제야 용서를 바라는 것이다. 이기적이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살 순 없다. 해외여행을 가서 SNS에 사진을 올리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익명의 상대를 위해 우리는 해외여행을 포기하진 않는다. 일 때문에 바쁜 여자 친구의 '마음'을 위해서는 안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 '마음'이라기보다 이후에 이어질 싸움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요지는, 우리는 언제나 '이기심'과 '미안함' 사이에서 우리의 언어를 저울질하고, 재단하고, 선택한다.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느 정도 상처를 주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그래서 이기적이고 뻔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뒷담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