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가능한 불행

우리는 처음부터 불행하게끔 태어난 걸까

by 김소윤

암 말기 애인과 싸우면서 그런 말을 들었었다. 나는 대체 네가 왜 그 불행 속에 있는지 이해가 안 돼. 나는 바락바락 대들었다. 왜, 나는 암도 안 걸렸으니까 우울하면 안 되니?


어제 통화한 친구가 그랬다. 제가 소윤 씨보다 더 힘든 상황은 아니겠지만. 맞다. 암 말기 환자와 헤어진 덕에 더 나빠지라고 저주할 수도, 잘 지내라고 기대할 수도 없는 내 상황보다 더 안 좋은 이별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그건 아니에요,라고 작게나마 말하고 싶었다.


불행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덜 불행해야만 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얹은 불행에 다시 짓눌린다. 다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불행한 것일까. 처음부터 인간은 다들 불행하게끔 설계된 것일까. 불행해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호모 사피엔스들이 살아남아 현생 인류가 된 것일까.


어제는 맴맴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부럽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와 딱 두어 달 살다 죽는 매미처럼 우리의 삶도 조금은 짧으면 좋겠다고. 시간의 흐름 따위 모르는 고양이처럼 매일매일이 크게 불행하지 않았으면.

이전 08화비극적인 사랑은 왜 아름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