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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14. 2021

아이와의 대화는 무조건 경쾌하게 "오케이!"

10년 가까이 육아서를 편집했던 나는 그 책들을 작업하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될 수 있었다. 육아서가 내면아이를 다루기도 하고, 또 아이와 부모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책이므로 그걸 보면서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편집하는 육아서에 따라 내 양육 방식도 달라졌다. 아이 체험에 관한 책을 만들 때는 그 책에 자극받아 나도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이나 체험관을 많이 다녔고, 또 영어 육아에 관한 책을 만들 때는 영어책을 읽어주고 집중듣기를 하여 아이에게 영어의 흥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그때 아이는 리틀팍스를 엄청 봤는데, 중학교 때까지 자막 없이 <해리포터>를 많이 봤다). 책육아에 대한 책을 할 때는 전집을 들여놓고 아이에게 밤낮으로 읽어주기도 했다. 새벽 한두 시까지 읽어준 적도 있다. 너무 졸려서 읽어주다 잠이 들면 아이가 옆에서 손으로 내 눈꺼풀을 마구 들어올렸다. 빨리 읽어달라고(그렇게 책을 읽어주었건만, 고딩인 우리 아이는 요즘 일반적인 다른 아이들처럼 책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ㅠ). 

지금 생각해 보면, 몇 번씩 교정을 본 육아서에서 보았던 주옥 같은 문구는 기억이 안 나지만, 강연장에서 만난 한 선생님의 말씀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 캠프 등 청소년 관련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아이돌이 된다고 하면 부모님은 미리 걱정부터 해서 아이에게 괜한 소리 말고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아이돌이 될 수도 있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못 되는 거라고 원망을 하게 되죠. 그렇게 하지 마세요. 아이가 아이돌이 되겠다고 하면 '오케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부모가 오케이라고 하는 순간 아이는 그때부터 '내가 아이돌이 될 자질이 있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나보다 춤 잘 추고 예쁜 아이도 많은데 내가 과연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말은 내가 아이를 키울 때 꽤나 큰 울림이 되어주었다. 사실 자기가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데, 자기를 믿어주어야 하는 가족이 반대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원망을 하게 되는 법이다. 테스 형 말대로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주제파악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니까. 

그 날 이후 나와 아이의 관계는 한 뼘 더 편해졌다. 

그런 시간들이 쌓인 지금은 한결 편안하게 지낸다.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라테 한잔처럼 부드럽고 여유 있다. 

물론 가끔 잔잔한 바다는 해일로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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