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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16. 2021

어린 날 추석의 풍경

곧 추석이다. 

어릴 때는 뭐가 그리 좋았을까? 

비록 몇 해 전에 샀던 거라 작아져서 짱뚱했지만 한복 입는 것도 좋았고, 

집안을 들썩이게 만드는 전 냄새도 좋았다. 

식구가 많아서 추석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건만 명절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다. 

아마 학교에 안 가서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었고, 

나랑 언니들은 송편을 빚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기름진 명절 음식이 끝도 없이 입속으로 들어갔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그랬을지도. 아니면 사는 게 허기졌거나.

어린 나이였지만, 추석 날이면 떠오르는 동그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언니들한테 물려받은 초록색 신발주머니를 들기 싫다는 소원이었던 것도 같고,

새 운동화를 사고 싶다는 소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원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지금도 나는 추석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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