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어릴 때는 뭐가 그리 좋았을까?
비록 몇 해 전에 샀던 거라 작아져서 짱뚱했지만 한복 입는 것도 좋았고,
집안을 들썩이게 만드는 전 냄새도 좋았다.
식구가 많아서 추석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건만 명절 특유의 분위기도 좋았다.
아마 학교에 안 가서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었고,
나랑 언니들은 송편을 빚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기름진 명절 음식이 끝도 없이 입속으로 들어갔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그랬을지도. 아니면 사는 게 허기졌거나.
어린 나이였지만, 추석 날이면 떠오르는 동그란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언니들한테 물려받은 초록색 신발주머니를 들기 싫다는 소원이었던 것도 같고,
새 운동화를 사고 싶다는 소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원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지금도 나는 추석 보름달이 떠오를 때면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