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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20. 2021

글쓰기라는 시소놀이

글쓰기가 시소놀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혼자만 읽고 간직하는 일기가 아닌 바에야 자신의 감상과 정보성 글을 적당히 버무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상만 너무 길면 일기나 다름없고, 정보성 글만 너무 많으면 읽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없다. 덧붙여, 쓰는 사람만의 경험이 들어가면 그 글은 ‘공감’이라는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비슷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미와 의미가 반반씩 들어가는 것도 좋다. ‘재미’에만 초점을 맞춘 글은 공허하고 ‘의미’에만 비중을 든 글은 건조하다. 재미와 의미가 잘 섞인 글은 비슷한 몸무게의 두 사람이 시소놀이를 하는 것처럼 균형이 잘 맞는다. 

 

나는 보통 글을 쓸 때보다 글을 쓰기 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글을 쓰기 전에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주제를 정하고 첫 문장 시작은 어떻게 시작하고, 관련된 경험은 어떻게 이끌어내고, 마무리는 어떻게 지을지 고민한 다음 글을 쓰면 자판 위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안 되는 날에는 글쓰기가 꼬여버린다. 첫 문장 한 줄 달랑 써놓고 어떻게 이어나갈지 몰라서 자판 위에 올라간 손가락이 가야 할 길을 몰라 헤매고 있다. 한 문단 쓰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횟수 또한 많아진다. 좀처럼 글쓰기에 속도가 붙지 않게 되고, 내용은 알맹이 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기만 한다. 글을 쓰는 나도 도통 재미가 없다. 

 

반면, 글쓰기 시뮬레이션이 잘되어 속도를 팍팍 내며 글쓰기가 잘되는 날은 나도 신이 나서 재미있게 글을 쓴다. 살짝 행복감 비슷한 감정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는 날에는 화면 창을 하나 더 열어서 생각나는 키워드를 적어두는 것도 글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이 막힐 때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각을 연결시키면 글쓰기에서 내비게이션이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도 좋다. 그렇지만 생각이 넘쳐 글로 줄줄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면, 조금은 만만해지는 글쓰기가 되려면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소놀이라는 게 적당히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재미있게 놀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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