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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Nov 21. 2021

행복을 줄게요^^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은 중요한데,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쓰느라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나가고는 한다. 나 역시 가족들을 챙기다 보니 내 감정은 뒷전이 되고 만다. 적당히 기분 좋은 때는 언제고, 가슴 벅차오르도록 좋은 순간은 언제인지, 왠지 흐뭇하고 뿌듯할 때는 언제인지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딸에게 어느 순간이 제일 좋은지 물었더니,  공부 안 하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 보면서 킥킥대는 거란다(초등학교 때부터 <런닝맨> 광팬이다). 시험이 끝난 주말이면 우리 딸은 이렇게 소파와 이불과 한몸이 되어 애벌레 모드가 된다. 또한 고등학생이므로 현금도 좋아한다. 아빠가 술 한잔 마시고 오는 날에는 나와 함께 아빠 이름을 구호처럼 외치는데(가끔 파도타기도 한다^^), 그러면 기분 좋아진 남편이 인심을 팍팍 쓴다. 딸아이는 이 순간도 몹시 즐긴다. 누워 있다가도 아빠의 흐트러진 귀가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오면서 구호를 외치는 걸 보면 말이다. ㅋ


남편 이름을 구호처럼 외치는 건 남편한테도 힘이 나는 소소한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아내와 딸의 응원을 받는다는 의미이므로 지친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이렇게 응원하는 가족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나만의 생각일 수도^^). 어떤 때 보면 남편도 나와 딸아이의 환영 이벤트를 은근 즐기는 것 같다. 나와 딸아이의 구호 소리에 맞춰 마치 응원 단장처럼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팔을 휘저으며 지휘자처럼 박자를 넣기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호주머니가 얄팍한 날에는 살짝 미안해하기도 한다. ㅋ 


나는 햇빛 잘 드는 카페에서 라테 마시며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스벅 기프티콘을 선물로 받는 것도 좋다. 밥 안 하는 건 더더욱 좋다. 라테 한 잔에 빵 한 조각이 한 끼 식사로 딱 좋다고 생각한다. 산책도 좋아한다.  산책은 좋아하지만 강아지랑 같이 가는 산책은 싫다. 강아지 산책은 의무감에 후딱 해버려야 한다. 


가슴 벅차오르도록 좋은 순간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걸 느낄 때다. 머슬로의 5단계 욕구 중 다섯 번째인 '자아실현의 욕구' 정도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다섯 개의 단계 중에 다섯 번째 욕구라니, 나 꽤 지적인 인간이다 ㅋ). 일에 있어서 잘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커서, 잘하기 위해 열심히 한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는데, 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인내하면서 버틴다. '그러다 보면 잘하는 순간도 오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신경쓰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란 힘들므로, 자기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다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이라 생각하면서 읽었다. 나도 내가 잘 버티면서 잘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계속해서 찾아야 할 듯하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건 왜 중요하다는 걸까? 모른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많이 해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걸까? 바위처럼 딱딱한 마음이 아니라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한 마음이 되는 걸까? 마치 행복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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