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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n 15. 2021

당신의 편집자가 되어드릴게요~

얼마 전 도서관에 갔다가 이런 제목의 책을 보았다.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라는 책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런 책도 나올 수 있구나.' 싶다가도 '첫 책을 낸 것을 저런 식으로 표현했나.'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처음 책을 내는 사람한테는 편집자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출판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저자를 만나왔다. 지금까지 연락을 하며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지내는 분도 있지만, 다시는 길거리에서라도 얼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저자도 분명 있다. 한마디로 '밤낮으로 들들볶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 때는 저자와 편집자 사이에 끈끈한 동지애 비슷한 게 생긴다. 저자가 쓴 글에 대해서 함부로 고칠 수 없기에 더 좋은 문장들을 제시해야 하고, 잘못된 건 확인해야 하고,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고 삭제하기도 하다 보면 의논해야 할 게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편집자가 꼼꼼하게 확인하고, 귀찮게 이것저것 넣어달라 빼달라 하는 게 저자 입장에서는 피곤할 법도 한데 대부분은 고맙게 생각하는 편이다. 작업이 끝나면 출판사로 작은 선물을 보내오기도 하고,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적은 책을 보내주기도 하고, 지인의 원고를 검토해 달라고 보내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책이 잘 나와서 반응이 좋을 때면 그동안에 힘들었던 점이나 고생스러웠던 일이 언제 있었나 싶다. 그런 거 보면 이 일의 최대 장점이란 '보람'이 아닐까 싶다. 책이 잘 나오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쁠 수가 없다.  

물론 이 일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하다 보면 가끔 감정이 살짝 상할 때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저자가 필터 없이 말할 때나 내가 하는 일의 영역을 존중해 주지 않을 때 그랬다. 기분 나쁠 때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란 좋은 건만 오래 기억하게끔 되어 있는 걸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대부분의 편집자는 작가 이상으로 책을 아낀다는 거다. 오죽하면 책 한 권을 만드는 걸 '산고'로 비유할까 싶다. 그만큼 책을 내기까지가 애 낳는 것만큼이나 힘든 과정임을 말하기도 하고, 자식 새끼처럼 책 한 권 한 권이 소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중에 특히 더 애정이 가는 자식이 있는 건 맞다. ^^

저자 입장에서는 내 책 한 권 내는 것이므로 잘 팔리면 좋지만, 정말 만에 하나 잘 안 팔려도 손해 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 한 권의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권 내는 데 제작비가 천만 원 정도 드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신중함이 좋은 저자를 놓치게 되는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전에 인터넷에 상담 글을 올린 분이랑 미팅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만나 보니 이 책이 잘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계약하지 않았는데, 그분이 지금은 유명 작가가 되셨다. 속이 몹시 쓰리다. ㅋ

이 글을 쓰다 보니 수많은 작가분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졌다. 나로서는 한 권 한 권이 '최선'이었는데, 그분들 눈엔 '차선'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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