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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an 01. 2022

책 리뷰_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있기는 하지만, 책은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얼마 전 흥미롭게 읽었던 책을 풀어보려고 한다. 


<김대식의 인간 대 기계>라고 하면 인간과 기계가 대결이라도 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이야기와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한다. 꽤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단순히 과학 분야의 책이라고 단정짓기 모호한 게 역사와 철학,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님이라 그런가,, 이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엄청 넓고 깊게 느껴졌다. 과학 전문가의 책이라면 으레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술술 읽힐 정도로 문장이 평이하고 쉽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 정말 그렇다. 


로마 멸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2000년 전 로마시대는 지금과 비슷한 시기를 지났다고 한다. 로마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거듭하고 점점 세력을 확장하자 군인들은 5,6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남자들이 전쟁을 하는 동안 집에 있던 여자들은 수입이 없으므로 집을 팔고 땅을 팔았다. 팔다 팔다 팔 게 없으면 노비가 되기도 했다. 그 집과 땅은 세넥스라는 돈 많은 노인들이 샀다.  몇천 명 정도였던 세넥스들은 점점 재산이 불어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직업도 없고 빈곤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국가가 로마 시민들을 먹여 살리기 시작했다. 안 그러면 혁명이라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궁여지책으로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지원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국가에서는 사람들에게 소위 말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다. 하루 16시간 동안 잔인한 경기를 콜로세움에서 공짜로 보여주었고, 공중 목욕탕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즐거움에 빠지게 함으로써 다른 생각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 글을 보면서 요즘의 우리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예는 없지만 부의 불균형, 넷플릭스 등 엔터테인먼트에 열광하는 시대.

저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이렇게 내다 봤다.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제공해 국민을 먹여 살리고, 24시간 케이블 TV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어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다는 시나리오. 

이 주제로 남편과 잠깐 이야기했는데, 나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빠져드는 건 지각 있는 삶이 아니라 했고, 남편은 나라에서 먹고 살게 해주면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저자는 결국 요즘 십대들에게 필요한 건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진짜 걱정해야 할 세대는 10대들입니다. 10대들은 기계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계가 무엇을 못하는지 잘 몰라요.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상황을 냉찰하게 분석하고 세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서 거기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엘론 머스크, 앤드루 무어 교수 등은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일류는 멸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따라가 보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지구를 인간의 편의대로 바꾸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 재해석했다. 아무도 인간에게 그런 권리를 허락해주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리저리 바꾸어놓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한 인공지능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지능이 높고 독립적이다. 강한 인공지능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인간은 지구에 왜 있어야 하나?' 강한 인공지능은 공리적인 입장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 전체를 볼 때 더 낫다고 결론지을 수도 있다. '지구+인간'보다 '지구-인간'이 더 낫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부히 도출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타노스가 인구 절반을 없애려고 했던 게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다. 소오름~

과학에 무지한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트릭스> 네오의 자각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알게 된 느낌? 암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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