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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an 01. 2022

내 글이 일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기와 에세이의 경계는 살짝 모호하지만 반드시 있다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만 읽는 일기와 남들이 읽는 에세이가 같을 리 없다. 

내 글이 단순히 나의 감상에서 끝나지 않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을 소개하려고 한다(첫 번째 원칙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나 또한 일기 바운더리에 들어가는 글을 자주 쓰곤 한다. 


'나'에서 시작해서 '모두'에서 끝나라

내 이야기만 죽 풀어놓는다면 그건 일기다.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처음에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모두의 이야기로 끝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순간 바로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다.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나는 즉석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내가 왜 즉석떡볶이를 좋아하고, 언제 처음 즉석떡볶이를 먹었고, 그 맛이 어땠고, 어느 곳에 있는 즉석떡볶이집이 최고다,, 라는 얘기를 죽 늘어놓으면, 읽는 사람은 '그래서 뭐?', '어쩌라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지하게 즉석떡볶이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공감하고 읽을 수 있으려면 공감의 접점지대가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에서 모두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접점지대. 즉석떡볶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추억'의 이야기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고, '풋사랑'의 이야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떡볶이를 먹었던 추억은 대부분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로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나 경험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대화체로 시작하는 것도 읽는 사람의 눈길을 확~ 끈다. 밭에서 갓 따온 토마토처럼 신선하다. 날것의 향이 강하게 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모두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처음에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꺼내면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별로 읽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요즘처럼 읽는 것, 보는 것이 범람하는 시대에, 손가락 한 번이면 다른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에, 글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입만 아프다. 


결국은 공감이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읽는 사람이 얼마나 내 글에 공감할 수 있는가'가 아닐까. 카피를 잘 쓰려면 송곳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야 한다고 말한다. 뭉뚝한 연필로 백날 써봐야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없다. 사실 나도 잘 안 된다. 그건 아마도 글을 쓰는 내내 마음속에 찜찜하게 남아 있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글을 쓰면 쓸수록 점점 나아진다는 것. 

2022년에는 나도 자판을 송곳처럼 뾰족하게 다듬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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