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Jan 01. 2022

맞춤법_눈에 띄다 / 눈에 띠다

'누네띠네'라는 과자, 많이들 알 것이다. 

출시된 지 10년이 된 과자인데, 저렴하고 양 많고 고칼로리라 국군장병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라 한다. 


잘못된 맞춤법의 예로 '오뚜기'만큼이나 많이 회자되는 게 '누네띠네'다. '오뚜기'는 '오뚝이'가 맞고 '누네띠네'는 '눈에 띄네'가 맞다. 물론 고유명사라고 우기면 할 말 없다. 사실 '눈에 띄네'라고 하면 과자 이름처럼 보이지 않기도 하다. 


맞춤법은 종종 드라마의 제목까지 바꾸는 사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예전에 송중기 님이 주인공이었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는 나중에 <착한남자>로 바뀌었다. '착한 남자지만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 반어적으로 '차칸남자'라 했다고 제작진이 밝혔지만, 보수적인 방송 문화 때문인지,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한다는 여론 때문인지, 한글 단체의 항의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간에 제목이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찾아보니, 내가 신뢰하는 국립국어원에서도 KBS에 제목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다. 이유는 "한글맞춤법과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한류의 핵심인 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일부러 문법을 파괴하는 일은 문학에서도 종종 벌어지고 있고, 작가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오히려 다양한 콘텐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방송계에서 더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그 드라마가 인기 있어서 더 주목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시대를 반영하여 일부러 문법을 파괴한 드라마 제목은 꾸준히 있어 왔다. <프로듀사>, <식샤를 합시다>, <우와한 녀>, <쌈, 마이웨이> 등(<우와한 녀> 빼고는 내가 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들이다^^). 


어디까지를 의도된 연출로 봐야 할지 판단은 자유지만, 중요한 건 '누네띠네'의 바른 표현은 '눈에 띄네'라는 것이다. '띄다'는 '눈에 보이다'라는 의미로, '뜨이다'의 준말이다. '띠다'는 '물건을 몸에 지니다', '용무나 직책, 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우리 아이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O)

중대한 임무를 띠고 활동 중이야. (O) 

얼굴에 홍조를 띠고 연설하고 있어. (O) 

이 신문은 보수적 성향을 띤다. (O) 



작가의 이전글 내 글이 일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