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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Feb 09. 2022

도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

내가 목표의식이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엇인가에 꽂히면 그 마음이 해소될 때까지 열심히 하는 편이다. 이모티콘이 그랬다. 네이버 오지큐 승인을 받고 나서는 카톡 이모티콘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번에 승인을 받은 사람은 신의 경지에 속했고, 보통은 7,8번은 도전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은 24번을 도전했다는 사람도 있다니 할 말 다했다. 헉...


그런데 카톡 이모티콘 인기순위를 보면, 엄청 웃기고 재기발랄한 이모티콘도 있지만  뭐 그리 대단해보이는 이모티콘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이모티콘도 있다. 내 눈에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이모티콘들이 인기순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는 건가. 하~


결론을 말하면, 현재 나는 멈춰 있는 이모티콘과 움직이는 이모티콘 두 개의 이모티콘을 제안했고, 오늘 멈춰 있는 이모티콘 미승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제안한 날짜가 1월 19일이므로 딱 20일 만에 미승인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이다. 대학생들 방학기간인 12~2월, 7~8월에는 카톡 이모티콘 제안이 박터지므로 그 시기를 피하라고 했건만 나는 무슨 배짱으로 그 기간에 딱  맞춰 제안한 건지 모르겠다. 그것도 두 개나. 흑. ㅠ(좀 울고 와야겠다)


어찌 보면 요즘 감각도 아닌 데다 유머라고는 뒤집고 털어봐도 찾기 힘든 사람이 카톡 미승인 답변을 받은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이모티콘을 그리느라 노력한 내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듯하여 좀 속상하고 허탈했다.(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있다ㅠ) 이런 날에는 블랑 한 캔으로 속상한 마음을 달래야 하는데, 며칠 전에 백신을 맞아서 오롯이 슬픔을 달래지도 못했다. 


미승인이 났으니 나에게는 몇 개의 선택지가 있다. 

첫째, 깨끗하게 카톡을 포기하고 네이버 오지큐마켓에 지원하는 거다. 

둘째, 멈춰 있는 이모티콘 32개 중에 콘셉트를 다시 잡아 몇 개를 고르고 추가하기도 하여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 다시 만들어서 제안하는 거다. 

셋째, 이번에 승인 안 난 건 깡그리 잊고 새로운 캐릭터를 잡아 콘셉트를 잡고 다시 도전하는 거다.


세 가지의 방법 모두 문제가 있긴 하다. 

첫째 방법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는 거다.

둘째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들기는 한데, 캐릭터는 그대로 가져가되 콘셉트를 다시 구체적으로 잡고 그리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다. 

셋째 방법은 그래도 열심히 그렸는데 그 캐릭터를 버리기에는 공들여 그린 시간들이 아깝다는 거다. 


카톡이라는 회사에서 앞으로 몇 번이나 거절의 답변을 보낼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계속 고고! 해야 할지, 멈추고 깨끗이 포기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 물론 둘 다 달갑지 않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나다운 선택은,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 결정하기로 하고, 슬퍼하는 건 오늘까지만 하는 거다. 내일부터 힘내서 다시 도전하면 되는데, 그 마음을 먹는 게 잘 안 된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파이팅할 수밖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미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력한 시간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막막한 마음과 맞닥뜨리기가 싫다.

다시 봐도, 내가 보기엔 너무 귀엽기만 한 아이들인데.^^ 내 눈에만 귀엽다는 게 문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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