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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Feb 09. 2022

코로나가 바꾼 명절 풍경~

나는 맏며느리다. 뼛속까지 맏며느리는 아니지만 공식적으로는 맏며느리다. 

명절마다 우리 가족은 시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다. 음식은 많이 하지 않지만, 차례 음식이라는 게 조금만 차려도 이것저것 번잡스럽게 할 게 많다. 



내가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하는 며느리도 아니어서 차례상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음식은 전 부치기 정도다. 전도 나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딸아이가 밀가루를 묻히면 나는 계란옷을 입혔고, 남편이 부치는 식이다. 명절 전날 시집에 가서 전 부치고 하룻밤 자고 차례 지내고 점심까지 먹은 다음 우리 집으로 오는 게 정해진 순서였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 남편과 나는 각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남편은 평소에도 워낙 본가에 가는 걸 좋아해서, 명절 때는 2박 3일 정도 있다가 왔다. 나랑 딸아이는 집에 있다가 점심때가 지나서 친정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딸아이와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브런치를 먹고 오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조금만 가면 브런치 카페 거리가 있다. 대부분 평타 이상은 하는데, 지역 카페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곳으로 향했다. 빵도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어서 다른 데보다 빵이 맛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름도 '빵을 요리하다'. 빵둥이인 나한테 최고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하게 세트 메뉴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찾는다는 '빨간 냄비&바닐라토스트'를 주문했다. 같이 나오는 아메리카노도 맛있었지만, 식전빵부터 시작해서 음식 하나하나 모두 집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런 맛이 났다. 전문가의 솜씨랄까? 딸아이와 둘이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명절에 딸아이와 둘이 브런치 카페라니.. 코로나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 여기 생활에 충실하는 것,, 그런 삶을 지향하는 나답게 딸아이와 둘이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왔다. 행복했다. 근데 정말, 이게 뭐라고 그렇게 행복할까 싶기도 하다. 아마, 아무 날도 아닌 때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면 이 정도로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을 법한 일이어서 그랬나? 그 달달함이 평소보다 몇 배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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