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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어떤 언어를 넘어서- 이원영, <펭귄의 여름>

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by 박둥둥

그 어떤 책 보다 뜨거운 책.


<펭귄의 여름>을 읽은 나의 한줄평이다.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길.

문체는 흰쌀밥처럼 담백하고 학자는 본분을 지킨다. 스스로가 거대한 자연 앞에 작고 작은 한 부분이라는 걸 굳이 따로 배울 필요 없이 남극의 거대한 빙산 앞에서 서서히 터득한 탓이리라.


<펭귄의 여름>은 펭귄 전문학자 이원영이 펭귄들이 산란하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연구하고자 여름에 남극을 방문하여 거의 매일 그림과 함께 일상과 연구를 기록한 것이다. 과학자의 에세이답게 지나친 감정이나 억지 힐링이 없어서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읽는 이의 감정을 매만지는 내용들이 반짝이는 글이었다. 냉정한 자연의 현상 앞에 혹시 자신의 개입이 그 큰 순환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진심으로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같은 인간으로 존경스러웠다.


나는 저자처럼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정도가 최대치였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것이 큰 착각임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가슴아픔을 담당하는 두 펭귄 A2와 여름이에 관한 내용들도 그렇지만, 펭귄 이전에 까치를 연구하던 때 새끼 까치에게 붙은 진드기를 보고 깊이 고민하다가 인간에게 추해 보여도 결국 기생이라는 그조차 삶의 한 방식이라는 생각에 소중한 아기 까치에게서 끝내 진드기를 떼어주지 못했다는 내용이 특히 나에겐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누구에게 추천할 것인가 하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 할 것 같다. 그의 펭귄에 대한 사랑은 인간과 펭귄이라는 종의 차이를 무화시키고 그 어떤 언어의 벽도 녹여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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