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 세 번째 책은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표제작 두 편 외에도 여러 짧은 글들이 실려 있어, 짧지만 묵직한 카프카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다시 읽어본 『변신』에 대한 나의 한줄평은 이렇다. “완벽한, 너무 완벽한 중편소설.” 문장, 줄거리, 캐릭터, 플롯, 주제 ― 어느 하나 미숙한 부분이 없는,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생태계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변신』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삶과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민음사 첫 권이었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나란히 놓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같은 ‘변신’이라도 오비디우스가 운명과 신들의 질서 속에서 신비롭고 장엄한 변신을 그린 반면, 카프카의 변신은 인간 존재의 비열함과 하찮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이렇듯 『변신』은 명료한 주제와 세계관을 갖춘 까닭에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히지만, 동시에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에 자주 깃든 난해함과 모호함이 『변신』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시골의사』는 짧지만 그 모호함을 온전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글 속에서 어두운 환상의 세계가 무한히 펼쳐지고, 읽을수록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은데도 이상하게 끌린다. 카프카 특유의 불안과 매혹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예라 할 수 있다.
사실 카프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전집을 차근차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생전의 경험과 반복되는 상징들 ― 두 세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파멸과 같은 판결을 맞는 존재들 ― 이 어떻게 작품을 떠받치며 현대문학의 한 기둥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카프카는 그 자체로 현대문학을 배우는 가장 좋은 교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장정까지 아름다운 카프카 전집이 출간되었다. 혹시 『변신』으로만 카프카의 세계를 ‘찍먹’해본 독자라면, 이번 겨울 귤 까먹으며 『시골의사』를 시작으로 전집 완독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기괴하고도 슬프며, 동시에 아름다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