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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과자의 자존심 – 토라야(虎屋)의 이야기 ④

by 박둥둥


막부 말기의 격동기, 토라야에는 또 한 번 중대한 과자 주문이 들어왔다. 14대 쇼군 이에모치가 230여 년 만에 직접 교토로 올라와 천황을 알현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천황께 바칠 과자를 맡긴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가 아니었다. 천황에게 과자를 바친다는 건, 겉으로는 공손한 의례였지만 속뜻은 달랐다. 막부가 여전히 정치를 주도하게 해 달라는, 풍전등화의 막부가 마지막 힘을 내어 보이는 요청이기도 했다.

토라야는 이 사건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성을 다해 과자를 준비했다. 간판 상품인 ‘밤의 매화(夜の梅)’, 고메이 천황의 장수를 기원하는 ‘연년(延年)’, 그리고 봄의 풍경을 담은 화과자까지. 특히 황태자였던 메이지 천황을 위해서는 유리컵에 건과자를 담아 특별히 바쳤다고 한다. 그 작은 과자 하나에도 시대의 무게와 바람이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냉혹했다. 알현을 마친 이에모치는 에도로 돌아가지 못한 채, 오사카에서 병을 얻어 스물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 쇼군 요시노부가 대정봉환을 단행하며, 260년에 걸친 에도 막부는 막을 내렸다.


정권이 무너지고 세상이 뒤집히는 순간, 토라야 역시 거대한 기로에 선다.
“교토에 남아 뿌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천황을 따라 도쿄로 향할 것인가.”

화과자의 자존심이자 황실 과자점으로서의 운명이, 바로 그 선택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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