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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기모노의 몽블랑- 일본 몽블랑의 역사

화과자가 되어라

by 박둥둥


가을이 오면 일본의 제과점들에서는 몽블랑을 팔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생크림, 졸인 밤, 털실과도같이 몸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밤 페이스트가 올라간 몽블랑이 진열대에 나오면 벌써 가을이 왔구나 싶어 쓸쓸한 마음을 케이크로 채우고 싶어진다.


원래 몽블랑은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의 이름을 딴 디저트였다. 몽블랑에는 프랑스 기원설과 이탈리아 기원설이 있는데, 프랑스의 몽블랑은 둥글게 만든 밤 크림에 실 모양의 밤 페이스트를 덮고 마지막으로 설탕을 살살 뿌려 눈이 온 몽블랑을 표현한 돔형태의 디저트였던 반면, 이탈리아 몽블랑은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파이틀 같은 단단한 베이스 위에 밤페이스트를 채워 피라미드 비슷한 뾰족한 봉우리를 만든 뒤 전체를 흰 머랭으로 덮어 흰 봉우리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방의 지역 가정들의 전통과자였던 몽블랑은 철도가 발명되고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인기를 얻어 파리까지 올라가 제과점의 세련된 상품으로 출시되며 퍼지기 시작하는데 마침 유럽여행을 와 있었던 일본인 사고타도 이 케이크에 반하고 만다.


일본에 가서 나만의 몽블랑을 만들어보리라!! 결심했던 사고타는 1933년 도쿄 지유가오카에 <MONT-BLANC>이라는 가게를 열어 본격적으로 몽블랑 제조에 뛰어들었지만, 처음엔 난관 투성이었다. 우선 가게 이름부터 몽블랑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던 사고타는 프랑스 대사관, 비슷한 상호를 쓰는 일본과 프랑스의 가게들에 연락을 하고 허가를 얻어 겨우 가게 이름을 <MONT-BLANC>이라 정하고 여기서 만든 케이크에 특허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집념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몽블랑밖에 모르는 바보 사고타는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해야 함을 절감하고 베이스를 부드러운 일본식 카스텔라로 바꾼다. 또한 졸인 밤 한 덩어리를 케이크 안에 넣어 만족감을 높였으며 무엇보다 실 같은 밤 페이스트를 일본식 밤 졸임인 쿠리킨톤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 단맛이 더 높아진 황금빛 색깔의 몽블랑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호평을 받아 일본에서는 몽블랑=황금색이라는 인식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렇게 황금빛 옷을 입은 몽블랑이 일본에서 잘 나가는 것을 본 프랑스의 유명 제과점 앙젤리나(Angelina Paris)는 어느 정도 양과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수준도 올라왔으니 일본에 진짜 프랑스식 케이크를 표방하는 지점을 열어도 잘 되겠다는 생각으로 1984년 긴자에 매장을 내고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다.


이때 간판으로 내건 상품이 바로 갈색 몽블랑, 즉 밤 페이스트 털실 부분을 서양식 마론그랏세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든 정통 프랑스식 몽블랑이었다. 이 제품의 히트로 인해 횡금빛 몽블랑은 살짝 뒤로 밀리고 이제는 갈색 몽블랑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비록 황금빛 기모노의 몽블랑은 정상의 자리를 내어줬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다시 일본풍의 몽블랑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한 녹차색 몽블랑, 자색 고구마 몽블랑, 봄철 벚꽃빛 몽블랑 등 일본의 풍경을 그려내는 몽블랑의 화려한 기모노 패션쇼는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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