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모과 / 김언희
죽어서
썩는
屍臭로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屍班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썩어갈수록 참혹하게
향그러운
이 집요한, 주검의
구애를
받아 다오
당신죽어서
썩는
屍臭로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屍班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썩어갈수록 참혹하게
향그러운
이 집요한, 주검의
구애를
받아 다오
당신
-김언희(1953-)는 첫 시집 〈트렁크〉(1995)로 문단에 큰 충격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한국 시단의 메두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1953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매우 가부장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딸만 낳고 아들을 얻지 못하자 가정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떠났다. 어머니는 어린 김언희에게 "네가 남자기만 해도" 하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가장의 존재를 떨쳐내거나 버리지 못하고, 아버지를 계속 집안의 중심으로 여기며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진주여중 2학년 재학 당시에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고, 이후 부산의 김석규 시인에게 불려 가 시를 배우며 5년간 학교 문예반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경상국립대학교 외국어교육과(영어 전공)에 79학번으로 입학한 그녀는 대학 시절에도 '전원문학동인회' 활동을 계속하며 시와 함께했다.
이후 그녀는 중등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회의 시간에는 혼자서 백지에 낙서를 하고, 학교를 옮길 때마다 가장 조용하고 사람 없는 장소를 찾아서 책을 읽는 등 교사로서의 삶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이건 삶이 아냐'라고 느꼈고, 자기 아이들을 창밖으로 던지고 자신도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마저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9년 《현대시학》신인상에 〈고요한 나라〉 외 9편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등단했다.
1995년 첫 시집 〈트렁크〉를 출간하여 시단에 전위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김언희는 어린 시절의 충격적 경험들과 더불어 교사로서의 삶을 살면서 '시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늘 시라는 것이 살기 위해 쓰는 것임을 강조하며, 쓰는 것은 고통이라기보다 쾌락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