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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 이소호

시 읽기

by 박둥둥


가정주부로 살아온 자는

죽을 때도 주부로 죽는다

집안일에는 은퇴가 없으니까

내 꿈은 가정주부

사계절 일용직

시인은 비정규직이에요

저는 집이 없어요

재산도 없어요

저는 남편을 찾으러 여기 나왔어요

지금 가족은 너무 낡았어요

그러니까 내 꿈은

은퇴 없이 살고 싶어요

말을 더 덧붙여야 할까요?

엄마는 주부, 아버지는 교편을 잡고

동생은 호주에서 커피를 내려요

라고 결혼정보회사에 솔직하게 썼다

몇 번째인지 모를 그 남자는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이름을 검색했고

도망쳤다

무슨 문장이 그를 달아나게 했을까?

나는

오늘의 진귀한 불행을 잊을까

타자기 앞에 손을 올린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빠는 소리쳤다

딸년은 고고하게 앉아 글이나 쓰고 있는데

내가 저 돈을 다 대야 한단 말이야?

당신도 희망을 버려

(후략)


-이소호(1988-) 는 호돌이와 함께 서울 여의도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미디어창작학부를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201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발간된 책으로는 시집 『캣콜링』, 영어 번역본(English translation) 『Catcalling』,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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