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나는 당신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사람이다 당신 발 밑으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 당신이 눈 감으면 사라지는 그런 이름이다 내리던 비가 사라지고 나는 점점 커다란 소실점 복도가 조금씩 차가워진다 거기 당신이 서 있다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던 그것은 모르는 얼굴이다 가시만 남은 숨소리가 있다 오직 한 색만 있다 나는 그 색을 사랑했다 당신은 내 오른쪽의 사람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는 사람이다 내 머리 위에 흔들리는 이가 있다면 바로 당신이다 당신은 그토록 나를 지우는 사람이다
-유희경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작란'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