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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좋아함 / 이우성

시 읽기

by 박둥둥


이 문장을 적었을 때 국어 선생님은 이건 올바른 문장이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문장을 처음 말한 사람은 전 아니 전의 전 애인이었다 강가를 걷고 있었고 이별이 왜 불가피한지 우리 중 한 명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때 새 하나가 직선으로 날아갔다 여기까지야

한참 후 같은 종류의 새가 하나

또 그렇게 갔다

애인과 내가 하늘과 땅을 보고 또 보고 한 명이 눈물을 흘릴 때는 무리의 새가 지나갔다 같은 방향 같은 속도

여기까지야 여기까지야 여기까지꺄지까지까지야

애인이 멈춰서 뒤를 돌았다 테이블 위의 과일들이 떨어지기 전

아직은 아무것도 깨지지 않은 순간

날아가는 돌의 시간을 멈출 수 있어 우리 중 누구는 믿었을까

(중략)

새의 좋아함

애인이 말했다

올바른 문장을 쓰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은 거니

나는 물었다 새들이 지나가면

지나가도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시인 이우성은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가 있다. 크리에이티브 크루 미남컴퍼니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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