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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극 / 플로르벨라 이스팡카

시 읽기

by 박둥둥


빛을 증오하고 밝음에 화를 낸다

떠오르는 태양,기쁨,뜨거움.

내 영혼은 박해받고 있는 것 같다.

악으로 가득찬 사형집행자로부터


헛되고 무용한 내 젊음아

너는 나를 술 취하게 하고 어지럽게 했지!

다른 생에서 내게 주었던 키스 중

내 보랏빛 입술에 가져온 건, 그리움


태양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눈 속에서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런 사람이라는

비밀을 읽어내는 것이 두렵다.


깊고 슬프고 검은 밤이 좋다

이 이상하고 정신나간 나비처럼

나는 늘 내 주위를 맴돌기만 하는 것 같다.


-플로르벨라 이스팡카(Florbela Espanca)는 1894년, 포르투갈의 지방 도시 빌라 비소자에서 사업가이자 영화인이었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하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9살에 「죽음과 삶(A Vida e a Morte)」이라는 시를 처음 썼고 1913년 자신의 생일에 첫 결혼을 했다.1917년 리스본대학교 법학과에 여성으로는 최초로 입학한다. 1919년 첫 시집 『비통의 책』을 출간한다. 이 시기부터 플로르벨라는 정신적 불안을 겪기 시작한다. 1921년, 이혼 뒤 사회적으로 편견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듬해 두 번째 결혼을 한다. 1923년 『그리움 자매의 책』을 출간한다. 얼마 후 다시 이혼하고 1925년 세 번째 결혼을 한다. 1930년 두 번의 자살기도를 한다. 두 번째 자살기도는 그의 대표작 『꽃 만발한 황야』 출간예정일 전날이었다. 결국 서른 여섯살 자신의 생일에 자살한다. 그녀는 독특함과 에로티시즘을 과감하게 펼친 포르투갈 여성시인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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