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살아간다는 것은
입이 있다는 것
때로는 웃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손이 있다는 것
무언가를 붙잡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발이 있다는 것
어딘가로 걸어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맛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슬프다는 것
기쁘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지렁이가 기어다닌다는 것
하늘이 파랗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벌이 날아다닌다는 것
밤이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별이 있다는 것
바람이 분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1931-2024) 는 일본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아고 번역가 검 평론가이다. 1931년 12월 15일에 일본 제국 도쿄시에서 철학자인 아버지 다니카와 데쓰조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슌타로는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철학, 문학, 음악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중학교 시절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50년에 도요타마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문예지 '문학계'에 '네로'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어 21세 때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살다', '당신에게', '사랑에 관하여', '62의 소네트', '귀를 기울이다'를 비롯해 많은 시가 널리 사랑받았으며, 1982년에 '일상의 지도'로 제34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슌타로의 시는 교과서 뿐만 아니라 유명한 CF의 CM 혹은 가수들의 노랫말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딩곡을 작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인, 작사가 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와 번역가로도 유명했다. 번역서로는 '키다리 아저씨'를 비롯해 레오 리오니의 '으뜸 헤엄이', 찰스 슐츠의 '피너츠' 등을 펴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번역서 등 꾸준히 활동 중이었고, 어린이책에도 관심이 많아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구덩이', '살아 있다는 건', '우리는 친구' 등의 작품을 썼다. 이러한 공로로 아사히상, 요미우리문학상, 마이니치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에 한국에서 시선집 출간에 맞춰 방한하기도 했다. 슌타로는 당시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에 관련해 "인간 사회 속의 개인이 아닌, 우주 속에 살아있는 자신으로서의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집착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사망한 시인 신경림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5개월 동안 주고받은 시를 묶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의 시집을 한국과 일본에서 출간했다.
2024년 11월 13일 일본 도쿄도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