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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방문 / 쥘 쉬페르비엘

시 읽기

by 박둥둥


테라스였는지 발코니였는지,

나는 모든 걸 알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발을 내려놓고,


육체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면서,

긴 시간을 기다렸다.

때는 대낮이었고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인의 모습을 한 밤이었다.

그녀는 자고새처럼 태양 때문에 떨면서,


자신의 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속을, 가슴속을 떠돌고 있었다.


어쩌다 내가 우연히 소리라도 내면

그녀가 주시했다.

그러나 엉뚱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부르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침묵으로는 그녀에게 도달할 길이 없었다.


속삭임과도 같은 그녀의 어두운 몸짓은

여전히 다른 쪽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날이 저물자, 실망한 기색이 전혀 없는

매우 인간적인 한걸음으로, 그녀는 멀어졌다.


그녀는 길의 끝에서

작열하는 현기증, 공간으로 된 형상과 합류하여


매일의 밤과 다름없이,

아무도 볼 수 없는 수천의 눈으로 총총 빛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림자를 따르게 되었다.


-쥘 쉬페르비엘 (Jules Supervielle,1884-1960)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지만 양친은 프랑스인이었다. 일생을 통해 프랑스와 우루과이를 왕복하면서 살았고 이런 경험이 어떤 하나의 시점에 몰입하지 않는 복합적인 측면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창작에서는 일관되게 프랑스어로 했다.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것에 완전히 사로잡히지는 않았고 범신론적인 경향이 있는 이미지와 고독감, 여운이 넘치는 시를 꾸준히 발표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또한 환상적이면서 우화적인 단편소설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시집에 《중력》, 《미지의 친구들》 등이 있으며 단편집에 《바다 위의 소녀》, 《노아의 방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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