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어느 날 친구와 우연히 찻집에 앉아
이야기했다, 개원(開元), 천보(天寶)
그 태평성대와
어지러운 변란의 시대를
내 젊은 시절
나는 사방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
전쟁을 쓴 적도, 여인의 고독을 쓴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고난들이 말뚝처럼
내 기억을 찔러 꿰뚫었다
나는 쓰고 또 썼다, 중년이 될 때까지
(중략)
내 젊은 시절
몇 명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내 그 시들의 소재를
내가 질병과 유년기와
어둠 속의 모든 번뇌를 쓴 것을
나의 슬픔이 속세의 모든 것을 멸시한 것을
나는 쓰고 또 썼다, 중년이 될 때까지
(중략)
어느 날 친구와 우연히 찻집에 앉아
연이어 오가는 태평성대의 세월을 이야기했다
나는 더 이상 젊지 않고,
더 이상 고집스레
사물의 반을 다른 반과 대립시키지도 않는다
나는 눈을 뜨고 연이어 오가는 사람과 일들을 보고 있다
세월은 그들 때문에 주저하거나 멈춘 적이 없다
나는 예전처럼 쓰고 또 쓴다
(후략)
-자이융밍(翟永明, 1955-)은 쓰촨 성 청두 출생으로청두전자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하고 물리연구소에서 일했다. 1985년 첫 시집『여인』을 출간했다.등사판으로 20부를 찍어낸 이 시집은 현재 중국 여성시의 고전으로 불린다.